야당의 ‘사기극’ 운운, 섣부른 공세
해저 자원 탐사의 특수성 감안해야
‘대왕고래 프로젝트’라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첫 탐사 시추가 실패로 돌아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시추 작업에서 가스 징후를 일부 확인했지만, (추정되는 매장)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시추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할 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동해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힌 것을 기억하는 국민으로선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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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해 4월10일 22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2개월쯤 지난 뒤였다. 당시 정부·여당 입장에선 선거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강력한 ‘한 방’을 터뜨리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자연히 윤 대통령 언행을 놓고서 ‘정국 전환용 이벤트’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산업부가 1차 시추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첫 발표 당시)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정무적 영향이 많이 개입됐다”고 털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는가. 윤 대통령과 정부는 “과학자들의 객관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정치적 목적에서 무리한 홍보를 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첫 시추 실패 후 정치권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다수당이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7일 “정부·여당과 대통령이 다 나선 대사기극”이라며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됐으니 이쯤에서 끝난 것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윤 대통령) 눈치 보면서 나올 때까지 1000억원씩 낭비해가며 시추공을 계속 찔렀어야 할 뻔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 번 시추해봤는데 바로 (석유·가스가) 나온다면 산유국이 안 되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추가 시추 필요성을 제기했다. 동해 심해 유전구는 총 7개구가 있고 대왕고래는 그중 한 군데일 뿐인 만큼 앞으로 나머지 6곳의 심해 유전구를 탐사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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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이 ‘사기극’ 운운하며 사업 자체를 부정하고 폄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첫 시추부터 석유·가스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란 반응이 나온다. 운이 아주 좋다면 모를까, 해저 자원 탐사에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직 6곳의 심해 유전구가 남아 있는데 단 한 곳의 시추 결과만 갖고 전체 프로젝트의 성공 또는 실패 가능성을 예단하는 건 섣부르다. 과학적·경제적 판단을 앞세워야 할 자원 개발 사업이 정쟁 거리로 전락해서는 안될 일이다. 여야는 추가 시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히 지켜보는 태도가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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