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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겨울 동장군 기승…시민들 '덜덜' 도로 위 '설설'

입력 : 2025-02-07 16:09:18 수정 : 2025-02-07 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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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면 그만 내려도 되지 않을까요."

 

광주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7일 오후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역 오거리.

 

닷새째 눈이 쏟아지면서 회백색 도시 풍경이 펼쳐졌다.

한파가 이어진 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골목에서 시민들이 빙판길을 걷고 있다. 뉴시스

신호등 아래로는 고드름이 매달렸고 아스팔트 위는 제설제와 눈이 뒤섞여 거무죽죽한 진창길이 만들어졌다.

 

진창길 위 자동차들은 라디에이터 그릴, 휀더마다 얼어붙은 눈조각을 매단 채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빙판길 위 종종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은 두터운 점퍼와 목도리로 온몸을 싸맨 채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렸다.

 

머리에는 내려앉은 눈이 쌓이고 인중에는 콧물이 얼어붙은 자국이 남으면서 폭설과 강추위를 실감케 했다.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온 회사원들은 멀리 갈 새도 없이 건물 외벽에 찰싹 달라붙어 바람을 피했다.

 

광주역에서 손님들을 기다리던 택시운전사들도 '일은 글렀다'며 쏟아지는 눈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쏟아지는 눈송이들은 건물 사이로 부는 강한 바람에 아래로 몰아치다 위로 솟구치면서 시민들의 볼을 때렸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는 이따금 시야 확보가 어려운 '화이트아웃' 현상도 만들었다.

광주지역에 발효된 대설주의보로 폭설이 내리는 7일 오후 광주 북구 중흥동 한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눈보라를 헤치고 있다. 뉴시스

우산에 의지해 길을 걷던 시민들도, 헤드라이트를 켠 채 서행하던 차량들도 삽시간에 멈춰서면서 일대가 꽁꽁 얼어붙었다.

 

시민들은 연일 쏟아지는 눈에 일상을 걱정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신수겸(29)씨는 "친할머니 장례식으로 광주를 찾았다가 귀경하는 길이다. 폭설에 인도가 미끄러워 몇 번 넘어지기도 했다. 겨우 탄 택시도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고 날씨를 탓했다.

 

60대 택시운전사 이모씨는 "쏟아지는 눈에 외출하는 사람이 드무니 자연스럽게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계엄과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얼어붙은 경기가 겹쳐 힘들다"며 "택시운전사들도 일을 접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차라리 코로나19 확산때가 나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모(34)씨도 "눈이 오면 경치를 즐기기 위해 카페를 찾으려는 손님들이 많다는 것은 전부 미디어가 꾸민 환상"이라며 "지난 설 명절때보다 손님이 줄어 걱정이 태산이다. 일 매출 10만원도 넘기지 못하는 날이 많아져 진지하게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적설량은 나주 15.2㎝, 장성 상무대 14.9㎝, 함평 12.3㎝, 무안 12.2㎝, 광주 광산 12㎝를 기록하고 있다.

 

눈은 오는 주말에도 내릴 전망이다. 광주와 전남 서부내륙 지역은 오는 8일까지 5~20㎝가, 전남 서해안은 9일까지 5~20㎝가 더 내리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이 녹고 내리면서 이면도로나 골목길, 경사진 도로, 그늘진 도로 등에 빙판길이 생기겠다"며 "운전자와 보행자는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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