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하는 비명계 인사들을 향해 “민주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경고하자 정치권 일각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비명계 인사들은 “민주당은 이미 망하는 길로 간 지 오래”라고 맞서는가 하면 일부 국민의힘 의원도 합세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유 작가의 발언에 대해 “망하는 길로 가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해 때로는 풍자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비판할 수도 있어야 되는 게 민주주의 사회의 당연한 순리인데, 지난 몇 년 동안 비판의 말을 하기만 하면 ‘수박’이라고 멸시와 조롱하는 그 현상들이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그때 유 전 이사장은 어떤 역할을 했나. 최고의 권력자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윤석열 옆에 있는 사람들, 또 국민의힘이 ‘윤비어천가’를 부르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굉장히 우려를 표명했다”며 “그것을 우리 당에 도입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이 대표는 포용하고 통합하려는 노력들도 하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것(당내 이견)을 다 잘라버리고 손가락질을 하면 어떻게 비판을 할 수 있겠냐”며 “그 ‘입틀막’ 현상이 우리당 안에서 벌어진 건 이미 오래 전”이라고 부연했다.
고 의원은 유 작가가 최근 이 대표 이외의 당내 주자들을 향해 ‘다른 직업을 알아보라’는 등 비판을 한 데 대해선 “다른 직업을 모색해라 할 것이 아니라 증오의 정치 시대를 종식하기 위해 너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모든 걸 바치라며 강하게 질타하셔야 된다”며 “좌충우돌하는 후배 세대들의 모습들을 오히려 독려해주는 그런 모습들이 있어야 뒷 세대가 앞 세대를 밀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고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를 공개 지지했던 유 작가는 앞서 지난 5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비명계를 향해 “이 대표를 향해 훈장질하듯 ‘네가 못나서 지난 대선에서 진 거야’ 이런 소리를 하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동연 경기지사에 대해 “이 대표한테 붙어서 도지사가 된 사람이 사법리스크를 운운하는 건 배은망덕하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향해선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자리를 이미 했다, 책과 유튜브를 많이 봐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향해선 “지도자 행세하지 말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겐 “다른 직업을 모색해 보는 게 좋다” 등의 경고를 쏟아냈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유 작가 충고 고맙다.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많이 읽겠다”고 받아쳤다. 그는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들고선 “제대로 읽어보겠다. 제 스스로도 정말로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책은 ‘극단주의 지도자’ 등장에 대한 고찰을 담은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저서로, 이 대표 중심의 일극 체제를 옹호하는 유 작가를 비판하기 위해 펼쳐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에 복당한 김 전 지사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충고는 고맙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민주당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라면 내가 지금 하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도 유 작가를 향한 비판에 합세했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시민의 뇌는 썩었다”며 “10년 전 유시민은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던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다양성이 말살된 사회는 망한다’며 반대했는데, 지금의 유시민은 이재명 유일체제에 도전하는 모든 이들을 절멸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에 대한 비판은 ‘망하는 길’이라며 의원들에게도 ‘똥군기’를 잡는다”며 “지금의 민주당에서는 생각의 다양성이나 정치적 이질성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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