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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밥 딜런… 성직자들의 암투… 아카데미 후보작 골라보는 재미 ‘쏠쏠’

입력 : 2025-02-11 20:10:10 수정 : 2025-02-11 2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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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 기대작 앞다퉈 국내 개봉

유대인 건축가 삶 다룬 ‘브루탈리스트’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등 주목
티모시 샬라메, 젊은 밥 딜런으로 변신
동물 모험 애니 ‘플로우’도 눈여겨 볼만

2월 극장가에는 다음달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할리우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의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린 빼어난 작품들이 다음달까지 국내 극장을 수놓을 예정이다.
 

브루탈리스트

건축을 닮은 영화… 215분 상영시간·인터미션 화제

12일 개봉하는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올해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꼽힌다. 작품상과 감독·남우주연·남우조연·각본·촬영상 등 주요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에이드리언 브로디)의 30년 삶을 그린다. 독일 예술학교 바우하우스에서 수학하고 헝가리에 위대한 건축물을 남긴 라즐로는 미국에선 건설 현장 잡부로 일하며 노숙인 보호시설을 전전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아내 에르제벳(펠리시티 존스)은 홀로코스트 참화에서 목숨은 건졌지만 유럽을 탈출하진 못했다.

그런 라즐로 앞에 대부호 사업가 해리슨 밴 뷰런(가이 피어스)이 나타난다. 그는 라즐로에게 대규모 지역 문화센터 건축을 의뢰한다. 해리슨은 라즐로를 후원하는 한편 모욕하고, 적선하듯 기회를 주는가 하면 기회를 다시 앗아간다. 라즐로는 온갖 역경을 거슬러 자신의 설계를 관철하기 위해 분투한다. 영화는 이민자의 ‘아메리칸 드림’ 성공담으로도, 실패담으로도 수렴하지 않는다. 불과 30대 중반 나이에 이 작품을 만든 코베 감독은 “파시즘을 벗어나 자본주의와 마주하는 인물”에 대한 영화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 때부터 215분에 달하는 상영시간 그리고 2막 구조의 막간 삽입된 15분의 인터미션의 존재 때문에 주목받았다. 긴 상영시간만큼이나 유장한 라즐로의 인생 질곡을 연기한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유력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거론된다. 예상이 적중할 경우 ‘피아니스트’(2003)로 스물아홉의 나이에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브로디가 두 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된다. 허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머릿속에 가장 각인되는 이미지는 극중 라즐로가 설계한 ‘브루탈리즘(Brutalism·철강, 콘크리트의 재질감을 노출해 거친 느낌을 자아내는 건축 사조)’ 양식 건축물의 콘크리트 표면과 예배당의 대리석 재단, 그 위로 떨어지는 십자가 형상의 빛이다. 이 건축물이 영화의 숨은 주연이다.

첫 트랜스젠더 여우주연상 후보자… 구설수 넘어설까

프랑스 유명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3월12일 개봉)는 작품·감독상과 여우주연상 등 13개 후보에 올라 올해 아카데미 최다 후보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는 멕시코 카르텔을 배경으로 한다. 능력 있는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는 멕시코 갱단 보스 ‘델 몬테’의 요청으로 그를 접견한다. 델 몬테의 의뢰 내용은 자신이 여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는 것. 리타는 델 몬테가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도록 돕고, 사망한 것으로 위장해 그가 이전 삶을 지우고 새출발을 하도록 완벽히 돕는다. 아내(셀레나 고메즈)와 자녀들도 모르게, 델 몬테는 ‘에밀리아 페레즈’(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라는 여성으로 재탄생한다.

과거 카르텔 우두머리로 누구보다 잔혹한 폭력에 연루되어있던 에밀리아는 과거를 씻어내기라도 하듯 삶의 방식을 180도 전환한다. 그는 범죄조직에 납치돼 실종된 가족을 되찾으려 분투하는 사람들을 돕는 시민단체를 창립, 활동에 투신해 유명인사가 된다. 에밀리아는 새 삶에 만족하지만, 아빠가 죽은 줄로만 믿고 있는 자녀들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속은 타들어간다. 그리움을 못 이긴 에밀리아가 부인과 두 자녀를 다시 찾으며 그의 인생은 다시 꼬인다.

영화는 올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타며 ‘오스카 레이스’에서 순항하는 듯 보였다. 실제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한 스페인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에도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불거졌다. 그가 불과 몇 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문제적 발언들이 최근 발굴돼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그는 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에 대해 “약물 중독 사기꾼인 플로이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것”,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2021년 오스카 시상식에 대해서는 “내가 아프로·코리아(아프리카와 한국 출신 이들) 축제를 보고 있는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흉측한 시상식”이라고 비꼬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그는 공식 사과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컴플리트 언노운

‘콘클라베’ ‘플로우’… 개봉 전 미리 볼 수도

또 다른 작품상 후보작인 ‘컴플리트 언노운’과 ‘콘클라베’는 각각 이달 26일, 다음달 5일 개봉한다.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1960년대 뉴욕 시절 20대 초반의 밥 딜런을 연기한 음악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딜런의 곡을 직접 노래하고 기타, 하모니카 연주를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샬라메는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라 브로디와 함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콘클라베

로마 가톨릭의 교황 선출 제도를 뜻하는 제목의 ‘콘클라베’는 동명 소설을 극화한 작품으로, 교황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뒤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성직자들의 음모와 다툼을 그린 스릴러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피터 스트로갠이 각색을,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수녀 아녜스 역을 맡은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영화에 불과 7분51분초가량 등장하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플로우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들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들을 국내 개봉에 앞서 미리 선보이는 기획전을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이 중 CGV는 ‘아카데미 기획전’을 열고 다음달 11일까지 ‘에밀리아 페레즈’, ‘콘클라베’, ‘컴플리트 언노운’, ‘씽 씽’, 마리아, ‘플로우’ 등 미개봉작 6편을 상영한다. 남우주연상(콜먼 도밍고)과 각색·음악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씽 씽’은 ‘브루탈리스트’,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의 제작사인 할리우드 신흥 명가 A24 배급작으로, 교도소에서 연극을 통해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는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마리아 칼라스 전기 영화 ‘마리아’는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다. 장편 애니메이션 ‘플로우’는 대홍수가 세상을 덮친 뒤 유일한 피난처가 된 낡은 배를 타고 항해를 시작한 고양이와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등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인사이드 아웃2’, ‘모아나2’ 등 굵직한 후보를 물리치고 수상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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