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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국제여론전 시도하는 北… 美엔 대화조건 내걸며 기싸움

입력 : 2025-02-11 20:00:00 수정 : 2025-02-11 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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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韓·美 압박하며 주도권 잡기
국제기구에 무인기 진상조사 요청
정당성 강화·南南 갈등 유도 목적

美핵잠 부산 입항에 “대결 광기”
대화 염두하며 ‘트럼프 길들이기’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며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고 대남·대미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국제기구에 진상조사를 요청하고, 미국의 공격핵추진잠수함(SSN)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자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북한이 지난 2024년 10월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라고 발표한 사진. 평양=노동신문·뉴스1

◆北, 국제기구에 한국 정부 조사 요청 

 

1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무인기 침투에 대해 한국 정부 대상 진상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ICAO는 시카고협약(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설립된 유엔 전문 기구로 한국과 북한 모두 가입했다. ICAO 규정 및 관례상 이사회는 체약국이 제기한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일단 논의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그동안 12·3 비상계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등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과 논평을 삼가며 ‘로키(low-key·절제된 방식)’를 유지해온 것과 달리 ‘평양 무인기 의혹’에 대해선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평양 무인기’가 남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입증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대남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이 무인기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계엄의 명분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던 만큼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목적도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ICAO를 정치화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북한은 국제 규범을 위반한 채 우리와 국제사회의 민간항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자행하는 GPS 교란부터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핵잠 부산 입항에 “도발자 응징” 

 

북한은 미국을 향해선 꾸준히 비난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 국방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SSN인 알렉산드리아함이 전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것을 두고 “변하려야 변할 수 없는 미국의 대조선 대결 광기의 집중적 표현”이라며 “도발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자기의 합법적인 권리를 주저 없이 행사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정은 보란 듯… 美 핵잠수함 국내 입항 미 해군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SSN) ‘알렉산드리아함’이 10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국내에 처음 입항하는 이 잠수함은 길이 110m, 폭 10m, 승조원 140여명이며, 수중에서 시속 45㎞ 이상 속도로 항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뉴시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자 북한이 비난 논평으로 대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가늠할 지표로 전략자산 및 고정밀 장거리 타격 자산의 배치나 전개 빈도, 한·미 연합훈련 등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앞서 대북 적대적 언행과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듯한 비난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담화를 고위 인사가 아닌 국방성 대변인 명의로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점은 북·미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비난 수위를 조절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병관·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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