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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묻지마 범행’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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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1 17:55:20 수정 : 2025-02-11 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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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 제자를 흉기로 살해한 40대 교사는 정신질환으로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전에도 동료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학교 기물을 부수는 등 폭력적 성향을 보여 교육당국이 학교 측에 ‘휴직’을 권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사는 경찰에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죽이려 했다”고 진술해 사실상 ‘묻지마 범행’인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대전시교육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8·1학년)양을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한 여교사 A(48)씨의 범행은 ‘묻지마식 계획살인’이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A교사가 복직 후 3일 만에 수업에서 배제돼 짜증이 났다”며 수업 배제가 범행 동기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초등생 피살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강은선 기자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 왔다. A씨는 지난해 12월9일 질병 휴직(6개월)을 냈고 휴직 중에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휴직한 지 20여일 만에 돌연 복직한 A씨는 복직 후 사흘 만에 짜증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달에만 수차례 폭력적 성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5일 학교 컴퓨터를 부숴 망가뜨렸고, 6일 교실에서 불을 끄고 웅크리고 앉아 있던 그에게 “무슨 일이냐, 나랑 같이 퇴근하자”고 말을 건 동료 교사의 팔을 꺾고 헤드록을 거는 등 난동을 부렸다. A씨는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해야 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당시 학교 측은 별도의 경찰신고 없이 교감 차원의 구두주의를 주고 그나마 맡았던 보결수업에서도 전면 배제했다. 6일 이후부터 모든 수업을 맡지 못한 A씨는 교감 옆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10일 오후 외부에서 흉기를 사서 교내로 돌아온 A씨는 “시청각실 밖에서 돌봄교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와 같이 죽을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마지막으로 학교를 나오는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맨 마지막으로 나오는 아이에게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들어오게 해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수술을 마친 여교사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건강을 회복 중인 상태다. 경찰은 수술 경과를 지켜본 뒤 12일쯤 본격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교육당국의 교원 관리가 소홀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가 원하면 복직해 근무할 수 있는데다 교육당국 차원의 심의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그동안 우울증 등을 이유로 병가를 여러차례 내고 지난해엔 휴직을 했다. 그런데도 ‘직무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의사소견서를 내 20일만에 복직할 수 있었다. 

 

시·도교육청은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은 2021년 이후 관련 심의위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위원회를 개최할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정신질환 병력은 민감한 개인정보인 데다 교육당국이 나서서 심의위를 남발하는 것도 인권침해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당국은 하늘이가 살해됐던 10일 오전에야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를 파견해 사건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에 가해 여교사에 대한 대면 조사는 없었다. 교육지원청은 당일 오후 학교 측에 유선으로 연락해 ‘A씨를 학교에서 분리해야 한다. 휴직를 권하고 응하지 않으면 교장 직원으로 분리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끔찍한 비극에 참담한 심정으로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한다”며 “가해 교사가 복직하게 된 과정과 복직 후 근무 상황에 대한 학교의 조치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지부는 이어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육 당국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전교조 대전지부는 학생을 비롯한 모든 학교 구성원이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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