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서브스턴스’ 등 인기 덕
젊은 캐릭터에 치중돼 아쉬움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 흥행작 100편 중 절반이 여성 주연 작품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흥행작의 여성 주인공 비율이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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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의 텔레비전·영화 여성연구센터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 100편 중 42편에 여성 주연이 등장했고, 16편에서는 앙상블(공동주연)을 맡았다. 나머지 42편은 남성 주인공이 출연했다. 이는 여성 주연 영화가 흥행작 100편 중 28편에 그쳤던 2023년보다 훨씬 증가한 것이다. 이전까지 여성 주연 영화 비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9년(40편)이었고, 2020∼2023년은 28∼33편 사이를 오르내렸다.
이는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 주연의 ‘위키드’, 루피타 뇽오 주연의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 등의 연이은 흥행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 4위 ‘모아나2’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주연으로 등장했다.
센터 설립자이자 연구 책임자인 마사 라우젠 박사는 “2024년은 여성 주인공이 활약한 가장 풍요로운 해”라며 “‘서브스턴스’와 같은 영화는 여성을 ‘일회용품’으로 간주하는 문화에 강하게 맞섰다”고 설명했다. ‘서브스턴스’는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이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진행하던 TV쇼에서 해고된 후 ‘젊고 아름다운 나’로 살 수 있다는 약물 ‘서브스턴스’에 손을 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라우젠 박사는 ‘서브스턴스’의 문제의식이기도 한 여성에 대한 ‘연령차별(ageism)’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의 비율은 30대(35%)에 비해 40대(16%)가 훨씬 적었던 반면, 남성 캐릭터는 30대(25%)보다 40대(31%)가 많았다. 또 40세 이상 여성 캐릭터 비율은 26%에 그쳤지만, 남성은 55%가 40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60세 이상 여성 캐릭터는 단 5%에 불과했다. 영화가 연령별 대표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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