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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교사 즉시 분리·돌봄전담사 하교 동행했다면… [대전 초등생 참사]

입력 : 2025-02-12 19:00:00 수정 : 2025-02-12 22: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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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었던 문제점 뭔가

교사 직무 수행 가능 여부 판단하는
질환교원심의위 2021년 이후 전무

학교, 교사 폭력에도 경찰 신고 안 해
교육청 현장조사 교사 대면조차 없어

학생 귀가 안전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돌봄전담사, 동행없이 교실서만 인사

부친 위치추적앱에 ‘학내’ 나왔지만
경찰 “인근 아파트 신호” 시간 허비

8세 초등학생이 같은 학교 교사에게 피살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참극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해 교사는 10일 범행 나흘 전 동료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사건 전조가 있었지만 학교와 교육청은 별다른 분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윤석열정부 들어 돌봄교실을 대폭 확대했지만 하교 관리 등 학생·학교 안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늘양 실종 신고 접수 경찰의 초기 대응도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하늘양 피살이 정신질환 교사의 예외적 사건이 아닌 교육당국의 제도·운영상 안전불감증에서 비롯한 인재(人災)로 추정할 수 있는 네 가지 결정적 순간을 짚어본다.

범행이 발생한 학교 시청각실 모습. 뉴스1

① 정신질환교사 관리 제대로 됐더라면

 

12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가해교사 A(48)씨는 지난해 12월9일 병가휴직을 냈다. 사유는 우울증이었다. 6개월을 냈지만 어찌된 일인지 A씨는 21일 만인 같은 달 30일 이른 복귀를 했다. 의사가 끊어준 소견서엔 “일상 회복 가능”이라고 쓰여 있었다. 시교육청은 소견서를 근거로 복직을 허가했다.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A씨는 전에도 같은 질환을 이유로 여러 차례 병가를 냈다. 2021년과 2023년, 지난해 각각 병가를 냈다. 장기간 병가휴직은 지난해 12월이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의 면밀한 심의는 없었다. 교육청이 교원 건강상태를 심사하고 직무 수행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여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202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② 교육청 권고대로 분리조치했더라면

 

A씨의 폭력성향과 이상행동에도 학교 측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다만 교감이 말로 주의를 시키고 동료 교사에게 사과시킨 게 전부였다. 10일 오전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 2명이 현장조사를 나왔지만 A씨에 대한 대면조사는 없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불안해 보이는 A씨를 직접 대면조사하기보다 제3자에게 관련 조사를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일 오후 2시쯤 서부교육지원청은 학교 측에 “연가나 병가 등으로 A씨를 학교에서 분리조치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학교장 직권으로 휴직계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권고는 무색했다. 당일 오후 4시40분쯤 A씨는 홀로 돌봄교실에 남았다가 마지막으로 하교한 하늘양을 시청각실로 유인해 흉기를 휘둘렀다.

하늘양의 장례식장에 걸그룹 ‘아이브’가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는 모습. 하늘양은 아이브 장원영의 팬이었다. 대전=연합뉴스·뉴스1

③ 돌봄교실 끝난 후 교사가 동행했더라면

 

돌봄교실 제도 미비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교육부는 ‘늘봄(돌봄+방과후)학교 운영 길라잡이’에서 학생 귀가 안전을 명시했다. 학생 귀가는 학부모 동행 귀가가 원칙이나 학부모 동행 불가 시 학부모가 지정한 대리자와 동행 귀가하도록 하고 있다. 하늘양은 ‘학원 차가 왔다’는 돌봄전담사의 말에 교실에서 인사를 한 후, 2층 교실에서 1층으로 혼자 내려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귀가는 학교 경계를 떠나는 순간 부모가 학생과 동행하도록 돼 있고 학교는 일단 안전한 공간으로 규정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저학년은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만큼 저학년만이라도 인계 절차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쁜 별 되길… 대통령 대행도… 하늘이 워너비도 추모 12일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양의 빈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고개 숙여 애도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뉴스1

④ 실종 신고 직후 제대로 수색했더라면

 

경찰 초기 대응에도 혼선이 있었다. 하늘양 아버지 김민규씨는 “하늘이가 연락이 안 된다”는 학원 실장의 연락을 받고 하늘양 휴대폰에 깔아놓은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위치추적 앱은 하늘이 휴대전화가 교내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경찰에 신고한 김씨는 경찰과 함께 수색에 나섰는데, 휴대폰 위치 신호를 찾던 경찰은 “학내가 아닌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신호가 잡힌다”고 했다.

12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양의 아버지가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하늘양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김씨는 “실내에서 앱 위치가 잡혀서 경찰에게 말했지만 인근 아파트 근처에서 신호가 잡힌다고 해 시간을 허비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기지국 위치추적 결과 인근 아파트에 아이 위치값이 표시됐고, 학내는 교사 등 관계자들이 수색하고 있었기에 더 위험하다고 판단된 학교 밖을 수색했다”고 해명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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