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40대 교사 A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은 A씨에 대해 “우울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상 동기범죄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반사회적 성격장애(사이코패스), 왜곡된 신념, 망상 등 중증질환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프로파일링과 의학적 평가, 신체감정 등을 통해 제대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 동기범죄란 뚜렷하지 않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동기를 가지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벌이는 폭력적 범죄로, 흔히 ‘묻지마 범죄’로 불린다. 초등생 살해가 단순 우울증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의욕, 수면, 신체 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돼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말한다. 대개 ▲우울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고 ▲일상 대부분의 일에서 관심과 흥미가 감소하며 ▲식욕이 감소 혹은 증가하고 ▲불면 또는 과다 수면하는 등 요소를 충족해야 진단된다.
백 교수는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자해자살의 위험은 증가하지만 타인에 대한 공격성은 진단기준에도 없고 실제 보고도 적다”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로도 계획된 범죄로 살해도구를 준비하고 태연히 모른다고 은폐하려고 하는 등 감정조절이 어려운 상태로 보기 어렵다. 우울증이라는 특정질환이 언급돼 편견만 높일 수 있어 염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범죄 동기와 우울증이 관련 있는지, 다른 동기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우울증이 일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폭력성을 나타내지는 않는 만큼, 이 살해사건으로 인해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 가능성에 대해 이 교수는 “보통 싸이코패스라면 젊었을 때부터 공감능력 부족으로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교도소에 계신 분이 많은데 이분은 그런 정보가 없다”며 “범행 전에 이상징후들이 있던 것처럼 보이는데, 그 때 자살충동이나 타해충동을 미리 발견해서 응급처치나 입원을 시켰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수는 2020년 83만7808명에서 2023년 104만6816명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조울증도 11만1851명에서 13만8068명으로, 공황장애는 19만6443명에서 24만7061명, 불안장애는 74만7373명에서 2023년 88만9502명으로 각각 모두 급증했다. 특히 망상과 환청이 주된 증상인 조현병 관련해서도 매해 12만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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