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라고 할 수 있지만 생존 위협
거대 움직임, 사소한 변화서 시작
작은 수치가 지닌 의미 파악해야
공기는 대기의 아래쪽에 존재하는 질소와 산소 등의 혼합기체를 의미한다. 공기의 힘인 기압은 계속 변하지만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예컨대 주위보다 기압이 2~3%만 낮아져도 태풍이라고 부를 만큼 그 힘은 크다. (비행기 구조 교과서)
비행기는 하늘을 난다. 비행기와 하늘의 공통점은 크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관점에서. 공통점은 또 있다. 커다란 비행기와 광활한 하늘을 움직이는 건 의외로 소소한 변화다.

지난해 말부터 나라 안팎에 잇따르는 비행기 사고 소식에 무거운 마음으로 비전공자를 위한 비행기 교양서를 펼쳐 들었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10배나 되는 육중한 몸뚱이를 가뿐히 띄워 올리는 비행기의 원리는 여전히 불가사의하게 느껴지지만 요체는 비행기와, 비행기가 누비고 다니는 하늘을 움직이는 건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변화라는 것이다. 가령 3%니, 5%니 하는.
‘비행기가 지축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순간 날개 윗면의 압력은 아랫면보다 5%만 낮으면 된다. 비록 5%일지라도 날개 면적이 500㎡라고 가정하면, 250t이나 되는 양력이 발생한다’(32쪽). 그만한 물체를 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서해안을 지난 태풍 종다리의 기압은 표준 대기압(1013hPa)보다 고작 1.3% 낮았다.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중 역대 세 번째로 강했던 힌남노도 5.6% 낮았을 뿐이다. 거대한 움직임은 사소한 변화로 시작되지만, 바로 그 사소함 때문에 우리는 종종 거대함을 너무 늦게 알아챈다.
기후가 변해 지구가 ‘펄펄 끓는다’고 걱정하는데, 그래서 산업화 이전보다 얼마나 올랐느냐 하면, 1.6도 올랐다(지난해 기준). 오늘은 어제보다 4도 낮고, 오늘 낮은 아침보다 10도 높다. 감기만 조심하면 별 문제될 게 없지만, 전 지구 연평균 온도는 매년 0.1도씩만 올라도 정말 큰일날 일이다. 거의 200개나 되는 나라가 부여잡고 있는 목표가 ‘2도 상승은 막자’는 것이다.
올겨울 습설이 무섭게 쏟아지면서 언론에서는 ‘대기 온도가 1도 오르면, 대기에 머물 수 있는 수증기량은 7% 는다’는 전문가 해설을 실었다. 수증기량 7% 느는 게 대수인가? 대수다. 단지 수증기가 늘었으니 비도 늘겠거니…의 문제가 아니다. 수증기는 열을 붙잡는 능력이 탁월해서(목욕탕을 떠올려 보시라)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를 증폭시킨다. 그럼 더 더워지고, 더워진 만큼 수증기가 늘어난다. 늘어난 수증기 때문에 더 더워지고, 그래서 또 수증기가 늘고… 우울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양의 피드백’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게 다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현재 대기에서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0.0425%다.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하기엔 민망하게 느껴지는 숫자이지만 우리가 끓는 지구를 온 몸으로 느끼는 건 그 0.0425%의 기체 때문이다.
그나마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건 바다 덕분이다. 바다가 열심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준 덕에 온실효과가 이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바다라고 성할 리 없다. 바다는 심각한 해양 산성화를 겪고 있다. 음료에 이산화탄소를 녹이면 탄산음료가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아이가 콜라를 찾으면 “이가 망가진다”고 경고하는데, 실제로 지금 바다에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개, 산호가 단단한 껍데기를 만들기 점점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바다가 정말 ‘산성’으로 변했느냐 하면, 여전히 바다는 염기성이고, 금세기 말에도 그럴 것이다. pH(수소이온농도)의 소수점 이하가 변했을 뿐이지만 그만큼도 바다생물엔 치명적이다.
하늘은 높다… 정말 그런가? ‘비행기의 비행고도는 아무리 높아도 13㎞ 정도다. 지구를 반지름 64㎝의 공이라고 하면, 공 표면에서 1~2㎜ 떨어진 것에 불과하다(26쪽)’. 구름이 만들어지고, 눈비가 내리는 건 비행고도보다 낮은 곳에서 벌어진다. 얇은 막이나 다름없는 공간에 온실가스가 쌓여 지구가 끓고, 습설이 내리고, 늘어난 난기류가 비행기를 흔든다. 하늘은 의식하기 어려운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기후변화 시대에 필요한 ‘숫자 감각’은, 바로 이 작은 수치변화가 지닌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이다.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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