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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외면받는 구조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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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3 23:11:21 수정 : 2025-02-13 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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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그가 보내온 영상에는 산 속 조그만 철장에 갇힌 몰티즈견이 털을 산발한 채 떨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주변에도 여러 개들이 묶여 있었다. 우연히 이를 목격한 그는 ‘환경상 개들의 안위가 걱정이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우선 관할 시청에 민원을 넣고, 동물보호단체에도 구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도움을 주겠다는 단체를 겨우 찾았지만, 첫 번째 장벽은 관할 부서의 소극적 태도였다. 현장에 나가 ‘학대’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동물보호법상 ‘구조’조치를 할 수 있는(또한, 해야 하는) 주체는 담당 공무원뿐이다. 알고 보니 위 현장에서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가 약 30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수집하듯이 데려와 악취가 나는 환경에서 기르고 있었고, 상당수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즉시 구조가 이뤄져야 했지만 아직 그러한 조치가 행해지지 않고 있다. 많은 경우 지자체는 인력의 한계를 호소하거나 구조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법적 위험이나 번거로움을 꺼려 업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구조를 가로막는 두 번째 장벽은 법 규정이다. 만일 공무원이 격리조치를 했다 하더라도 동물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동물은 다시 소유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아직 동물을 학대한 소유자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애니멀 호더인 경우 동물의 수집·소유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어 소유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처럼 방치, 학대받는 동물을 발견하여 구조를 요청해도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운 높은 장벽들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대책이 적극 논의돼야 한다. 법적으로 지자체의 권한·의무를 강화하거나 각 지자체에서 ‘명예동물보호관’을 위촉해 전문 인력의 협조를 받게끔 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동물학대자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법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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