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에도 지지자 대거 집결
탄핵 찬반단체 장외전도 과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 모임인 ‘국민변호인단’이 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출범을 알렸다. 윤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해 온 석동현 변호사가 단장을 맡으면서 막판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탄핵 찬반단체의 장외전도 과열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변호인단 출범식에는 수천명의 시민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민변호인단 측은 이날 자정까지 15만2000여명이 가입했다고 밝혔다. 가입 과정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통한 실명 인증 과정을 거치는데, 20∼40대가 전체 가입자의 6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석동현 변호사는 “국민변호인단 여러분의 염려와 성원에 감사드리며 특히 청년들의 꿈과 열정을 지지합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국민변호인단에 가입했다는 김모(30)씨는 “직접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을 지키고 싶으니까 자율적으로 국민변호인단을 만든 것이고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와 생각 같은 사람 찾다가 집회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서은(63)씨는 “집회 처음 나왔다”며 “오죽 편파적이고 답답했으면 국민변호인단 모집이 있었겠냐”고 말했다.
행사에는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씨도 자리했는데, 그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전씨는 “지금 헌재 심판 과정을 보면 모든 국민이 재판관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며 “재판관들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심판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속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계광장으로 인파가 밀집하자 주변 상인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광화문 한 카페 매니저인 30대 허모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출입구를 아예 막고 있어서 손님 출입이 어려워졌다”며 “자리 이동을 부탁했더니 ‘민원 넣어라. 벌금 내고 말겠다’고 하더라”라고 푸념했다. 이어 “집회 참가자들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고, 주최 측에 소음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뀌는 게 없다”고 했다. 한 햄버거 가게 직원인 박모(34)씨도 “오토바이도 들어오기 힘들어 배달원들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8차 변론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거 집결했다. 마지막 변론기일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헌재 앞에 모여든 지지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헌재를 규탄했다. 경찰의 통제 속에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앞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차도를 가득 메웠다.
정치적 편향성과 음란물 커뮤니티 이용 논란이 제기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향한 공격적인 발언들도 쏟아졌다. 주최 측 사회자는 “오래 사셔서 문형배 망하는 거 보고 가셔요”라고 외쳤고, 참가자들은 노래 ‘손에 손잡고’에 맞춰 모두 일어나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인근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하굣길에 마주한 집회 현장에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김린하(12)양은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쌍욕 하는 게 무서워 엄마가 데리러 온 적도 있다”며 “다니는 영어학원 외국인 선생님도 이걸 다 알아 대통령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최한결(12)양은 “욕하는 소리가 학교 복도에서도 들리고 놀이터에서도 들리니 불편하다”고 했다.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는 오전 10시부터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촛불행동은 송현공원 앞에서 각각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