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아카데미 극장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무단 침입을 막던 중 시민단체 회원을 넘어뜨리고 촬영 장비를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주시청 공무원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황해철 판사는 재물손괴와 폭행 혐의로 기소된 원주시청 공무원 A(5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시청 문화예술과에 근무 중인 A씨는 2023년 10월 22일 오후 11시34분 원주 아카데미 극장 철거 공사현장 출입구를 지키며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비상근무를 서고 있었다.
이때 아카데미 극장 철거 관련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B(36)씨와 시민단체 소속 회원 3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시민기자라는 사람이 극장 안으로 들어가 농성하는 사람을 만나고 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내부에 공무원만 있는 것이 맞느냐”고 항의하며 공사현장 출입을 요구했다.
A씨는 B씨가 촬영 장비를 든 채로 공사현장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양손으로 B씨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로 인해 B씨가 들고 있던 60만원 상당 녹음기와 90만원 상당 마이크가 부서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철거공사 현장으로 밀치고 들어오는 B씨를 제지하기 위한 행위만 했을 뿐, 이를 두고 폭행이나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고의가 없었고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고 해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당시 상황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B씨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철거현장 내에 시민기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을 출입시켜 준 일이 있는지 여부를 두고 A씨에게 항의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다른 시 공무원이 주로 항의하던 시민단체 회원 1명에게 내부를 확인시켜주겠다고 들어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B씨가 철거현장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 하자 길을 막았고 B씨는 A씨의 어깨를 밀치면서 내부로 진입하려고 했다. 이후 A씨가 뒤로 밀려났다가 B씨를 밀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동영상 감정을 통해 B씨가 넘어지는 과정은 마치 스스로 넘어지는 듯이 부자연스럽다고 분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A씨는 적법한 직무집행 중이었고 무단 침입을 막는 것은 소극적인 방어행위인 점, A씨가 밀친 행위로 B씨가 넘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폭행에 해당하지 않거나 정당방위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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