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비용 450억弗 규모 ‘초대형’
통상압력 완화 지렛대 역할 기대
쇄빙선·철강 등 韓기업에 기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눈여겨보고 있는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사업 참여를 두고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고 외칠 정도로 미국 정부가 석유·가스산업 진흥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사업 참여가 ‘통상압력 완화’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1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미·일 정상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양국 기업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합작사업 논의에 나섰다고 밝혔다.
주 정부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난 천연가스를 약 1300㎞ 길이의 가스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나르는 프로젝트다. 투자 비용 약 450억달러(약 64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2012년 엑손모빌 등 대형 정유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식 발표됐으나 높은 비용과 시장 가격 변동, 환경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시행되지 못했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블 위에 다시 올려놓은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사업 참여가 미국의 대(對)한국 통상압력을 완화하는 데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아울러 한국이 LNG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여러 요인을 종합해 봤을 때 프로젝트 투자가 손해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미국 비중은 2021년 18.5%로 정점을 찍고 2022년 12.4%로 하락한 데 이어 2023년 11.6%까지 떨어졌다. 미국산 비중을 늘릴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액화 터미널, 송유관 건설 등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고, 북극해라는 사업지 특성상 한국이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쇄빙 LNG선 투입 가능성도 높아 사업이 가시화한다면 한국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극해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 능력에서부터 대량의 철강재가 필요한 송유관 건설까지 한국이 더 직접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발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 전역에 추위로 난방 수요가 급증하며 LNG 가격이 급등했다. 네덜란드 TTF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3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10일 오전 직전 거래일보다 5.4 상승한 MWh(메가와트시)당 58.76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28유로)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LNG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대체재인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해 정제마진 하락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국내 정유업계는 업황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