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산업안전기준 6월부터 시행
체감온도 33도 이상 땐 의무 휴식
한여름엔 2시간마다 휴식 불가피
고용부 “재정 지원 사업 진행” 밝혀
산업재해 중 온열질환 0.02% 불과
“현실 고려 않은 과도한 규제” 원성
정부가 폭염 속에서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의 보건조치를 의무화한 제도를 6월부터 시행하는 데 대해 산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의무 휴게시간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규제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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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폭염 작업을 하는 노동자 보호 조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다음 달 4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시행일은 6월1일이다.
개정안은 체감온도 31도 이상 환경에서의 장시간 작업을 ‘폭염 작업’으로 정의하고 사업주에게 △온·습도 조절장치 설치 △작업시간대 조정 △휴식시간 부여 등을 조처토록 했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처할 수 있다. 보건조치를 안 지켜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 처벌된다.
산업계는 의무 보건조치 중 ‘2시간마다 20분 휴식’ 조항이 현실과 맞지 않은 행정편의적 규제라고 지적한다. 작업장이 대형 공장이나 창고인 경우 작업장 전체를 냉방하기 어려워 여름엔 사실상 매일 2시간마다 쉬어야 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여름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체감온도가 33도를 넘는 날이 대부분”이라며 “하루 8시간 근무 중 1시간이 폭염 휴식으로 없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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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출근 등 무더위를 피해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강요할 수 없어 현실성이 없다고 한다.
‘연속공정 등 작업의 성질상 휴식을 부여하기 매우 곤란한’ 사업장의 경우 휴게시간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대신 개인용 냉방·통풍장치, 보랭 장구를 지급·가동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업장 업무의 연속성 탓에 연속공정 작업자 이외 작업자가 모두 휴식하면 연속공정 업무도 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부분의 온열질환자가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하는데도 실내 작업장까지 모두 묶어 규제한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규제 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미 온열질환 예방가이드에 폭염 작업 시 휴식시간 부여 등 보건조치가 규정돼 있어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반면 업계는 온·습도 조절장치 설치 의무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은 데다 대체노동자 투입 비용, 작업중단에 따른 업무손실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폭염 예방 조치를 모두 완수할 여건이 되지 않는 영세 사업장의 경우에는 보건조치가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폭염 취약업종 내 6만5000곳 정도가 주요 대상”이라며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20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사업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산업재해 중 온열질환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규제 강도가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13만6796건 중 온열질환은 31건으로 0.02%에 불과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2016명 가운데 온열질환 사망은 4건(0.20%)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열질환 예방을 반대하는 사업주는 없다”면서도 “사업장 운영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수준의 규제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업장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규제하기보다는 보랭 장비 등을 제공해 노동자 신체 온도를 낮추는 등 사업장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33도 이상에서 일을 계속하면 생산성도 떨어진다”며 “작업장마다 냉방 장비로 온도를 조절하거나 휴식을 주는 등 예방법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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