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흉기 난동으로 생명에 심각한 위협
전문가 “급박한 상황에서 피치 못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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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과잉대응·정당방위 논란이 불거질 상황인가요?”
시민 강모(34)씨는 26일 광주에서 경찰관이 쏜 실탄에 맞아 흉기난동범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만약 경찰관이 실탄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며 ”그동안 경찰의 공권력이 범죄자 인권과 반대로 지나치게 약해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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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두고 다수의 시민은 경찰관의 대응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당시 경찰관이 피의자로부터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었다는 점, 총기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향후 현장에서 경찰관 안전 보장과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이 정당방위 여론에 힘을 싣는다.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10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 금남로4가역 교차로 인근 골목에서 광주 동부경찰서 금남지구대 소속 A경감이 B(51)씨가 휘두른 흉기에 2차례 찔렸다. A경감은 B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했고, 실탄에 맞은 B씨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4시쯤 사망했다. A경감도 목 주변과 얼굴을 심하게 다쳐 응급수술을 받았다.
당시 A경감은 동료 순경 1명과 함께 “여성 2명이 귀가 중 신원 불상의 남성에게 쫓기고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B씨는 거리에서 경찰과 맞닥뜨리자 종이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난동을 부리며 경찰관들을 위협했다. 경찰관들은 여러 차례 고지에도 B씨가 흉기를 내려놓지 않자 전기충격총(테이저건)을 쐈다. B씨가 두꺼운 외투를 입은 탓에 테이저건이 빗나가자 공포탄도 발포했다. 이 과정에서 A경감은 B씨로부터 2차례 공격을 받았다. B씨가 계속 공격하려고 하자 A경감은 실탄 3발을 시차를 두고 격발했다. 실탄은 모두 B씨의 상반신에 명중했다.
현행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은 대상자 행위에 따른 경찰 물리력 사용 정도를 규정하고 있다.
대상자가 경찰관이나 제3자에 대해 보일 수 있는 행위는 위해 정도에 따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 다섯 단계로 구별된다. B씨가 흉기를 들고 경찰관을 위협해 위해 발생이 임박한 경우는 치명적 공격에 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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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치명적 공격 상태의 대상자로 인해 경찰관 또는 제3자의 생명·신체에 급박하고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경찰은 총기류 사용 등 ‘고위험 물리력’ 단계로 대응할 수 있다. 경찰관이 권총을 발사할 때는 사전 구두 경고를 하거나 공포탄으로 경고해야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엔 생략할 수 있다. 다만 권총을 조준할 때엔 가급적 대퇴부 이하 등 상해 최소 부위를 향하도록 규정했다.
당시 상황은 A경감이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받았던 상황이고, 가까운 거리라 B씨의 대퇴부 이하로 총기를 발사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도 현재까지 A경감의 총기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상황 파악 과정에서 A경감의 과실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광주경찰청 직장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가 안타깝게 사망했지만, 정당한 공무수행과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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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는 “사망한 피의자와 그 가족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지휘부에서는 중상당한 경찰관에게 보호 지원, 위문과 격려 등을 통해 동료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여러 차례 경고했고 공포탄, 테이저건도 발사했음에도 제지가 안 돼 경찰관이 흉기 공격을 받는 급박한 상황이었다”면서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는 근접한 상황이라 경찰관이 대퇴부 이하로 총을 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A경감의 총기 사용이 피치 못한 선택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경찰관의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과연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찰관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경찰 업무 능력 위축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이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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