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당시 주목 받지 못했던 로컬 식재료
보말 활용해 메뉴 개발… ‘보말 전문점’ 만들어”
‘보말과 풍경’, 보말 전문점 되고 매출 5배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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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말도 궤기여.”
보말은 바다 고둥의 제주 방언이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보말은 제주도민들에게 주요 동물성 단백질 섭취원 이었다. 그러니 도민들 사이에서 ‘보말도 궤기여’(고둥도 고기다)라는 속담이 만들어질 만하다. 보말은 주로 작은 해조류를 먹고 산다.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수심 5m 이내 얕은 바다에 서식해 누구나 채취할 수 있다. 보말은 맛 뿐 아니라 영양도 풍부해 ‘제주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중 하나다. 도민들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의 보말을 주로 국이나 죽에 넣어 먹는다.
보말 음식은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보말과 풍경’이 첫 손으로 꼽힌다. 이 곳에서는 ‘보말칼국수’, ‘보말해장국’, ‘보말죽’ 등 다양한 보말 음식을 선보인다.
제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보말을 이용하기 때문에 깊은 손 맛이 가득 담긴 제주도 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게 이 식당의 특징이다. 육수는 보말 내장을 활용해 감칠맛을 배가 시켰다. 보말 육수를 베이스로 메뉴에 따라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칼국수는 콩나물과 매생이를, 해장국은 미역을, 죽은 표고버섯을 넣어 음식별로 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기자가 선택한 메뉴는 보말 칼국수와 보말 죽. 보말이 해조류를 먹고 살기 때문에 음식들은 연한 연두빛깔을 띠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살짝 돌았다. 칼국수를 한 젓가락 먹어보니 은은하게 ‘바다의 향’이 풍겨왔다. 인공적인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면은 쫄깃쫄깃 하고 국물은 담백하고 시원했다. 참기름 향이 고소한 보말 죽은 진한 보말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속 편한 한 끼로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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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보말과 풍경’ 대표는 “제주바다가 빚어낸 천혜의 선물 ‘보말’에 정성과 손맛으로 만든 것이 맛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말했다.
원래 이 곳은 돼지국밥, 순대국밥, 김치찌개 등 보말과 관계 없는 음식을 팔았다. 그러던 중 2014년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만들기’에 4호점으로 선정돼 메뉴를 완전히 바꾸고 보말 전문식당으로 탈바꿈했다.
호텔신라가 밥 짓는 방법부터, 정식에 제공되는 돔베고기 삶는 법, 강된장 제조법을 비롯해 보말육수 레시피 등을 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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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제주’를 총괄한 박영준 제주신라호텔 셰프는 “당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보말을 활용해 메뉴를 개발하게 됐다”며 “보말은 짭조름하면서 해산물 특유의 시원한 맛이 좋은데다 조리하면 초록색을 띠어 식감을 자극한다”고 소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보말 전문점’으로 바뀐 뒤 매출이 5~6배 올랐다고 한다.
‘보말과 풍경’에서는 다른 제주 향토 음식도 맛 볼 수 있다.
대표 메뉴인 ‘풍경정식’은 돔베고기, 생선구이, 계란말이가 한 세트다. 밑반찬으로는 겉절이, 미역 무침, 파래무침 등 6종이 올라온다. ‘제주 집밥’을 1만원에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한편 ‘보말과 풍경’은 지난 2022년 한국소비자산업평가원에서 백반 및 가정식 부문 우수업체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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