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李, 헌법 아닌 본인 지키려 해”
김형오 등 여야 원로들도 개헌론 가세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이 잇달아 개헌론을 제기하며 당 ‘일극 체제’의 정점인 이재명 대표를 포위하고 있다. 비명계 주자들이 내세우는 개헌의 방식과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87년 체제’로 헌정사를 이어갈 수 없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선고만을 앞둔 가운데 비명계가 ‘개헌 연대’로 이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잠재 대선 주자들도 구체적 개헌 방향을 잇달아 제시하며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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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 주자 중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람은 이 대표가 유일하다. 그는 “내란 극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현시점에 개헌론이 화두로 떠오를 경우 12·3 계엄 사태의 심각성이 잊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최근 “피바다”, “킬링필드” 등 자극적 표현을 동원한 것을 두고 당의 한 관계자는 “계엄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이 대표 입장은 지난 대선 당시 서울 명동 출정식에서 자신의 임기를 1년 깎겠다며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했던 것에서 달라졌다. 당시 이 대표는 “87년 체제 이후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규범, 옷이라 할 수 있는 헌법이 바뀌지 않았다”며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합의 가능한 것부터 개헌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금은 개헌론이 ‘이슈 블랙홀’이 될 것을 우려해 유보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를 제외한 주자들은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 적극적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하되 세부 사항은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개헌을 위해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여야 연합정부 구성을 위한 틀을 마련하는 개헌을 하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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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잠재 대선 주자들도 저마다 개헌 구상을 내놓으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이 될 경우 4년 중임제를 위해 자신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안철수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도 4년 중임제를 제시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만이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이 대표를 겨눠 “그분은 5년간 범죄 혐의를 피하고 싶은 것이고, 헌법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여야 정계 원로들도 개헌론에 힘을 싣는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형오·정세균 등 전직 의장 7명과 정운찬·김황식·이낙연 전 총리,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4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여는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 대담회에 참석한다. 이들은 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의 시급성을 강조할 예정이어서 이 대표를 향한 개헌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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