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진영 공격하며 갈등 증폭시켜”
극한 대치 중인 여야가 국경일인 3·1절마저 ‘세력 대결의 장’으로 변질시켰다. 여당 의원은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야당 의원은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해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갈등 해소와 통합을 본령으로 삼아야 하는 여야 정치권이 각자의 지지층만 바라보며 세력 결집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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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여의도 집회에 37명이, 광화문 집회에는 10여명이 참석했으며 몇몇 의원은 두 집회 모두에도 참석했다.
집회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은 연단에 올라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 이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처부수자”(서천호 의원)는 극언이나 “애국시민 여러분, 계몽되셨나”(박대출 의원),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것을 보고 저도 미몽에서 깨어났다”(강승규 의원)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논리를 답습하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야당을 향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은 여의도 집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번 계엄·탄핵 사태로 알게 된 입법·사법·언론에 암약하고 있는 좌파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고, 우리 안에 기회만 엿보는 기회주의자들을 분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의 탄핵 반대 집회 참석을 두고 “가고 안 가고는 각자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면서도 야당의 탄핵 찬성 집회에는 “야당이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은 헌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130여명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등 야 5당 의원은 전날 종로구 안국동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공동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 파면과 국민의힘 심판을 주장했다. 이들은 탄핵 반대파를 “내란 동조세력”이라고 공격하며 국민의힘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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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주권자 국민을 배반하고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와 가치를 부정하며 내란반동에 동조하는 사람과 세력이 있다”면서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보수일 수 없다. 수구조차 못 되는 반동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대행은 “윤석열 파면 이후로도 준동을 멈추지 않을 극우 정치를 확실하게 제압해야 한다”며 “국민을 향해 협박을 일삼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국민의힘을 이제는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만 집중하며 갈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계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크게 차이 나고 있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장기화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여야가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태도로 당리당략만 따진다면 국민적 갈등은 증폭된다”면서 “정치권이 상대 진영과도 소통하며 계엄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국민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06년 전, 우리는 혼연일체로 새로운 독립국가를 외쳤다”며 “3·1정신으로 돌아가자. 증오와 분노를 버리고 함께 공존의 길을 개척하자”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대한 독립’을 외치며 일제의 총칼에 스러져간 선열들이 꿈꾸던 나라가 바로 민주공화국”이라며 “대통령도, 헌법재판관들도, 탄핵 찬반으로 분열된 국민도, 오로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의 대의를 존중해야 이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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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야가 국경일을 세력 대결의 장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반복되고 있다. 지지층의 입맛에 맞춰 국경일을 이념적으로 해석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식이다.
지난해 8·15 광복절은 1965년 광복회 창설 이래 처음으로 정부 주관 행사와 독립운동단체 행사가 따로 열렸다. 당시 ‘뉴라이트 성향 의혹’이 있었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윤석열 대통령이 강행하면서 이에 반발한 광복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는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의 민생에는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일본의 역사 세탁에는 앞장서 ‘퍼주기’만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2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진행된 3·1절 기념식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무장투쟁뿐 아니라 외교·교육·문화 등 다양한 독립운동에 대해 언급하며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고속도로 건설, 산업화 등을 거론하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재평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자유’를 50번 강조한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포하는 세력에 대해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고 직격하며 보수 결집을 위한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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