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김민석씨는 최근 지인들로부터 살이 많이 빠졌다는 말을 듣는다. 한 때 90kg대까지 나가던 몸무게가 현재 70kg대로 20kg 가량 빠졌기 때문이다. 비결은 뭘까. 현재 김씨는 비만 치료와 다이어트를 병행하고 있다. 비만 치료 효과인지, 절주 효과인지 김씨도 헷갈린다고 한다. 결론은 비만 치료 덕분이다. 김씨는 “비만 치료를 하다보니 이상하게도 술 생각이 크게 줄었다”며 “일주일에 3~4일 마시던 술을 1회 미만으로 줄이니 늦게까지 안주를 먹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 3개월 정도 절주하니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간 수치도 크게 개선됐다”고 만족해했다.
비만 치료로 체중 감량, 간 수치 개선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김씨 사례처럼 위고비 등 체중 감량 치료제가 알코올 중독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처음 나왔다. 치료제에 들어있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혈당과 포만감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에 작용해 알코올 섭취 욕구까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다. 위고비 등을 통해 비만치료를 할 경우 알코올 욕구를 줄여 다이어트 효과 뿐 아니라 간 건강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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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에 따르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알코올 장애(과음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사회적 기능 장애)가 있는 성인 48명(평균 연령 39.9세)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9주간 진행했다.
실험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주 1회 투여한 그룹의 음주 욕구와 음주량, 과음 일수가 줄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주 1회 투여한 참가자들은 다른 그룹에 비해 알코올 섭취량은 48%, 술을 마신 날의 하루 음주량은 41%, 주간 알코올 섭취 욕구는 39% 줄었다.
특히 실험 마지막 4주간 세마글루타이드 그룹의 경우 “과음한 날이 없었다”고 답한 비율이 40%에 달했다. 효과가 없는 위약을 투여한 그룹은 20%에 불과했다.
부가적인 건강 개선 효과도 있다. 흡연자가 하루평균 담배를 피우는 양이 10% 줄어들었다. 이들의 평균 체중은 약 5% 감소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를 가장 낮은 임상 용량으로 투여했음에도 음주를 줄여주는 효과가 기존 알코올 장애 치료 약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컸다”며 “세마글루타이드가 음식과 음료에 대한 갈망을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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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진행한 크리스천 헨더샷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현재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제로 승인된 약들은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코올 장애 치료제로 승인되면 이 치료법이 널리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최근 비만약은 대사질환뿐 아니라 각종 중독 증상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적임을 속속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연구진은 비만 환자 8만 명을 분석해 비만약이 알코올 중독 재발 확률을 50~56% 낮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해 3월에는 비만약을 투여한 환자가 대마초 중독을 겪거나 중독이 재발할 확률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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