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에 관해 담보신탁을 원인으로 신탁사 앞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면서 신탁계약으로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정했다면, 집합건물의 관리단은 위탁자와 수탁자 중 누구를 상대방으로 관리비를 청구해야 할까요?
집합건물에 관한 담보신탁과 관련해 “위탁자가 관리비 납부의무를 부담한다”는 신탁계약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된 사건에서 수탁자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 최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합니다(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
이 사건은 회사 소유인 집합건물 6개 호실에 관해 담보신탁을 원인으로 수탁자인 신탁회사 앞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습니다. 이때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는 신탁계약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부동산 등기부에 편철되었습니다.
집합건물 관리단인 원고가 수탁자인 피고를 상대로 관리비를 청구하자, 피고는 ‘위탁자가 관리비 납부의무를 부담한다는 신탁계약 내용이 신탁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기재되었고 이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급의무가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정했고, 이 사건 신탁계약서가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등기의 일부가 되었으므로, 피고는 관리비 지급책임의 주체가 위탁자라고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봐 이 사건 관리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심 법원은 위와 같이 판단하는 근거로 대법원이 2012년 5월9일 선고한 판결(2012다13590)을 인용했습니다. 그 내용은 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신탁 부동산에 대한 관리비 납부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면 수탁자는 이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원심 법원이 인용한 대법원 판결은 2011년 7월25일 개정되기 전의 구 신탁법 제3조가 적용되는 사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011년 7월25일 개정되기 전의 구 신탁법 제3조는 “등기 또는 등록하여야 할 재산에 관하여는 신탁은 그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1년 7월25일 전부 개정되어 2012년 7월26일 시행된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등기 또는 등록할 수 있는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즉 개정으로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등기 또는 등록할 수 있는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한 취지는 어떠한 재산에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하면 그 재산이 수탁자의 다른 재산과 독립해 신탁재산을 구성한다는 것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계약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부동산등기법 제81조 제3항에 따라 등기기록의 일부로 보게 되더라도 위와 같은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이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관리비 납부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수탁자인 피고는 제3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2012년 5월9일 선고된 판결(2012다13590)은 구 신탁법(2011. 7. 25.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chu.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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