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패싱’에 서방 갈등 고조 속
中, 英·아일랜드 등 스킨십 강화 행보
美 일방주의 vs 中 다자주의 대비 강조
양회서 아시아 등에 유화메시지 전망
“美·우방국 갈등, 中 반사이익 가능성”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개막했다. 이번 양회에서는 인공지능(AI)과 민영경제 촉진 등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동맹 때리기’의 틈을 노리는 중국의 외교전략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양회 기간 열리는 외교부장 생중계 기자회견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마주한 동아시아·유럽 등 미국 동맹국들에 대한 유화 메시지를 재차 발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와 자국의 ‘다자주의 수호’를 대비하는 등 우군 확보 공세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양회 전례를 고려하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관계, 대만·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사회 현안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유럽 패싱’ 등의 논란을 일으키며 미국과 유럽 간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가운데 중국은 유럽 내 미국 동맹국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적 모습에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평판을 제고할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 부장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아일랜드를 찾아 협력 강화를 부각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만나 양자 대화를 확대하고, 상호 신뢰 강화와 이견을 ‘적절히’ 조율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중국 기업인 틱톡, 쉬인, 테무의 유럽 본사가 있는 나라다.

왕 부장은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영국을 방문해 키어 스타머 총리와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을 만났다. 그는 이들과 만나 보호무역주의 등이 논란이 되는 국제적 상황에서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지난달 14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동해 “나토가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중국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인식을 확립해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대중국 정책을 시행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전통적인 동맹국들 간 갈등 확대가 국제사회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월가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팀 총괄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에 점점 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중국에 이익이 될 것이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임기 동안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것들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또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과 대립각을 세워온 만큼 올해도 양회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반분열국가법’(국가분열기도 제재법) 제정 20주년을 맞은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첫 각료회의에서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지 못하게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런 것에 관해 절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그런 입장(대만에 대한 방어 공약)에 갇히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며 대만 문제를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대만 문제에 대해 “우리는 대만을 방기하지 않는다는 오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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