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노회찬 30일, 강기갑 29일 기록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도 경험
자유한국당 5시간30분 ‘간헐적 단식’ 오명도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지난 2일부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목숨을 걸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인 박 의원은 5일 단식 4일째를 맞았다. 그는 단식 3일 차였던 전날부터 두통 등 건강 이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의 중단 요청에도 박 의원은 당분간 단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단식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벼랑 끝 전략으로 자주 활용된다. 역사적으로 정치인들은 단식을 통해 여론을 움직이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비난과 조롱만 듣기도 했다.

역대 최장기간 단식을 한 정치인은 정의당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으로, 30일간 단식을 했다. 2011년 7월 당시 진보신당 상임고문이었던 두 사람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함께 단식 농성을 벌였다. 오랜 단식으로 혈압, 맥박 이상 등 건강이 악화하자 당내 인사들과 사회원로 등의 요청을 받고 단식을 중단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전 의원은 2005년 10월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에 버금가는 29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당시 강 전 의원의 단식 목적은 쌀 시장 개방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강 전 의원은 단식 21일째 호흡곤란으로 입원해 수액 등으로 영양공급을 받은 후 다음 날 다시 단식을 재개했다.
민노당 현애자 전 의원은 2007년 6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27일간 단식했다. 현 전 의원 역시 체중이 11㎏ 줄고 혈압이 최저 50까지 떨어지며 건강이 악화하자 주위 만류로 단식을 멈췄다.
역대 대통령 3인도 단식 경험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민당 총재였던 1983년 5월 전두환 정권에 항의하며 가택연금 상태서 23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에 의한 구속 인사 전원 석방과 해금, 해직 인사 복직, 언론자유 보장, 대통령 직선제를 통한 개헌, 정치활동 규제 해제 등 ‘민주화 5개항’을 요구했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 투쟁은 가택연금 해제라는 즉각적인 성과를 거둔 것 외에도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인 1990년 노태우 정권에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를 요구하며 13일간 단식했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 투쟁 후 지방자치제는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1991년 지방의회 선거로 부분 시행된 뒤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완전히 실현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었던 2014년 8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을 하던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만류하기 위해 10일 동안 동조단식을 했다. 결과적으로 김영오씨가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고,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문 전 대통령의 단식 투쟁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례가 있다. 이 대표는 2023년 8월 윤석열정부의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24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을 두고 ‘출퇴근 단식’, ‘황제 단식’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또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단식’ 등의 오명을 얻은 바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019년 1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릴레이 단식’을 벌였다. 의원들이 돌아가며 5시간30분씩 식사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나마나한 역대 최단 시간 단식 투쟁 기록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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