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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국민 신뢰 잃어가는 헌법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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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5 23:18:09 수정 : 2025-03-05 23: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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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부분 불행한 최후 맞아
국회는 교대로 공멸 쳇바퀴 돌려
‘비리 복마전’ 선관위도 시험대에
헌재, 흠결 없는 ‘尹 결정’ 내려야

대한민국 헌법기관들이 흔들리고 있다. 헌법에 설치 근거가 명시된 대통령과 국회,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기둥 같은 기관들이다. 이런 기관들이 잦은 오작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기둥에 금이 가고 헌정 체제가 붕괴한다. 현행 대통령제에 빨간불이 켜진 지는 한참 됐다. 제왕적인 대통령 권력의 주변부터 문제가 생기더니 급기야 대통령까지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통령 수난사는 참담할 지경이다. ‘1987년 헌정 체제’ 이후만 돌아봐도 8명의 대통령 가운데 3명이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돼 1명은 파면됐고 1명은 파면 위기에 몰렸다. 1명은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명은 임기가 끝난 뒤 구속되고 사법처리됐다. 미국은 건국 이후 249년 동안 46명의 대통령이 나왔지만 탄핵당하거나 구속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 우리 대통령제는 미국 제도를 본떠서 우리 현실에 맞게 튜닝한 것이다. 위험 요소를 방치하면 더 큰 사고를 낳는다. 대통령 머리 위에 씌워진 왕관은 벗겨내야 한다.

국회는 직접선거를 통해 국민 주권을 위임받은 헌법기관이다. 그런 기관은 대통령과 국회뿐이다. 어느 한 쪽이 다른 쪽보다 우월하지 않은 정통성을 가진다. 이런 ‘이원적(二元的) 정통성’은 양날의 칼이다. 동등한 두 기관이 서로 견제하면 대통령은 독재자가 될 수 없고 국회 다수당은 폭주하기 어렵다. 그런데 한국에선 정반대의 현실이 전개됐다. 대통령은 독재정권 시절에 발동됐던 비상계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회를 장악한 거야는 정략적 탄핵안을 남발하고 입법권을 남용하면서 국정을 마비시키려 했다. 여소야대에 갇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권력을 야당과 나누겠다는 ‘대연정’ 제안을 던진 게 2005년이다. 당시 노 대통령의 발언을 걷어찬 게 지금의 여당이다. 어느 쪽이 권력을 잡든 여소야대만 되면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 언제까지 이런 공멸의 쳇바퀴만 돌릴 셈인가.

조남규 논설위원

선관위는 독립적 헌법기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간부들의 특혜채용 적발 건수가 10년간 878건이라는 최근의 감사 결과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존재 이유인 선거의 공정성 토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소쿠리 투표’, ‘편파 판정’ 얘기가 나오더니 이제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세컨드폰’을 이용해서 정치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서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놨다. 헌법기관은 헌법 위에 존재하나.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원리를 외면한 기계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헌재 재판관 9명과 선관위원 9명은 국민이 선출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이 3인씩 임명·선출·지명한다. 대통령과 국회는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책임지는데 헌재 재판관과 선관위원은 누구에게 책임지나. 국민의 신뢰가 약해지면 헌재 재판관과 선관위원들이 자신을 지명해 준 대통령이나 대법원, 여야 정당에만 충성한다는 인식이 확산한다.

헌재 재판관 8명이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 국론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4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탄핵 찬반 여론이 54.0% 대 44.5%였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때는 진보 진영의 촛불집회가 압도했지만 이번엔 탄핵 찬반 진영이 모두 결집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윤 대통령은 승복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헌재 결론이 어느 쪽이든 절반의 국민은 반발할 태세다. 헌재 결정은 분열된 국론을 다시 통합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의는 단지 실현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실현되는 것이 보여야 한다’는 법언(法諺)이 있다. 헌재가 변론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한 점은 안타깝다. 결론을 도출하는 평의 과정에서 제기된 흠결을 최대한 고쳐야 한다. 당사자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은 있을 수 없다. 재판관들의 지혜를 모아서 ‘가장 덜 불완전한’ 결정을 내려 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선출되지 않는 재판관들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조남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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