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77조원 투입… 이 즉각 반발
아랍연맹(AL)이 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맞설 팔레스타인인이 통치하는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채택했다고 로이터와 AP 등이 보도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회의 후 자국이 내놓은 가자지구 재건 구상을 아랍 국가들이 수락했다고 밝혔다. 엘시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국가를 재건할 권리를 지키고, 그들의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협력해 가자지구를 통치할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재건안을 보면 5년간 총 530억달러(약 77조원)의 재건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첫 6개월은 가자지구의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임시 주택을 설치하고, 이후 2년간 주택 20만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단계인 2년 반 동안에는 주택 추가 20만호와 공항까지 세운다는 구상이다.
재건 기간 아랍 국가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감독하고 지역 문제를 관리하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권한을 넘겨주게 된다. 재원은 세계은행(WB)이 감독하는 신탁기금으로부터 마련한다.
아랍연맹의 가자지구 재건 계획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해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브라이넌 휴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5일 “아랍의 재건안은 가자 주민들이 잔해더미와 폭발되지 않은 포탄들로 덮여 있는 곳에서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 없는 가자’로 재건하려는 비전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이 지역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더 심도 있는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아랍연맹 선언은)부패와 테러 지원 문제를 가진 PA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계속 의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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