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7조원 보조금 사라질 위기
美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 차질 우려
美 밖서 차 만드는 완성차 기업 압박
현대차, 현지 생산능력 확대 등 검토
극지 LNG 파이프라인 건설 호재 예상
포스코 등 강관 제조기업들 수혜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 주력산업을 거론하며 관세부과 가능성과 보조금 폐지, 투자 참여를 전방위로 압박하자 관련 업계의 희비가 교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우리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 뒤 반도체 업계가 특히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캐나다·멕시코 25% 관세와 함께 미국산 자동차 대출이자에만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발언은 현지 판매량 ‘빅3’ 현대자동차그룹을 당혹하게 했다. 알래스카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추진 계획은 철강, 조선업계엔 낭보다.

◆삼성·SK·현대차 ‘비상’… 늘어가는 압박
반도체 업계는 칩스법 보조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당혹했다. 5일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돈(보조금)으로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 건 결국 보조금 지급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뜻 아닌가”라며 “한두 푼도 아니고 7조원이 넘는 보조금이 사라지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차질이 없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지난해 12월 바이든 정부와 각각 47억4500만달러(약 6조8300억원),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확정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이 돈을 받진 못했다. 보조금은 두 회사가 미국 새 공장에 쏟아붓는 총 투자액의 12% 내외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보조금 지급이 확정 계약이라고 하는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어디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 밖에서 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기업들을 향한 압박이 점차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생산능력을 연 30만대에서 50만대까지 늘리는 등의 ‘플랜B’ 검토에 들어갔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는 최근 공개한 주주 서한에서 “새 미국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규모 투자, 일자리 창출, 경제적 기여를 강조하기 위한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래스카발 호재? 韓 철강·조선 영향은
철강 업계는 알래스카주 LNG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로 호재를 예상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다.
LNG를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선 극저온(영하 163도)에도 형태가 변형되지 않으면서 강도가 뛰어난 특수 단열재가 필요하다. 통상 스테인리스강이나 9% 니켈강이 많이 사용되지만,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
때문에 최근 망간(Mn)이 22.5~25.5% 포함된 고망간강을 독자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포스코 수혜가 기대된다. 고망간강은 강도가 높고 쉽게 마모되지 않아 극저온에서도 성질이 뒤틀리지 않는다. 가격 또한 9% 니켈강보다 30%가량 저렴하다.
현대제철 역시 극저온용 특수 철강재를 생산하며 이미 여러 LNG 플랜트에 공급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동양철관, 대동스틸, 하이스틸, 화성밸브, 휴스틸 등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강관 제조기업 등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계에서도 이 프로젝트로 다양한 방식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국내 조선소의 LNG 운반선과 쇄빙선 건조 능력은 전 세계 최상급이다. 우리와 기술 격차를 줄여온 중국을 미국이 적극 견제하면서 반사이익도 볼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카주 LNG 개발에 따른 LNG 운반선과 쇄빙선 제작 등에서 한국 조선소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또한 미국 함정 정비·보수·유지(MRO)에 이어 최근 미국 의회에서 발의된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등이 통과되면 미국 함정 건조까지 가능해져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관세 4배’ 주장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6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2012년 3월부터 발효됐다. 한·미 FTA에 따라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0.79%에 불과하다. 환급까지 고려할 경우 관세율은 더 낮아지며 연도별 양허 계획에 따라 올해 관세율은 더욱 낮아진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공산품 관세율은 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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