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농성한선염’은 주로 겨드랑이나 엉덩이에 ‘종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면역 체계와 관련돼 있다고 추정하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염증이나 농양으로 이어져 심각한 통증을 유발하고, 민감한 부위에 영구적인 흉터를 남기기도 하는 만큼 숨기기 보단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의료계는 강조한다.

14일 세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화농성한선염 환자 현황’을 보면, 2019년 7849명에서 2021년 9109명, 2023년 1만75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24년엔 9월까지 1만8438명이 진료받은 것을 보면, 지난 한해에만 2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3년 만에 환자가 두 배 넘게 는 것이다.
환자 수가 몇 년 새 급증한 배경에는 과거보다 화농성한선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병명 자체가 어려운데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아 단순한 피부염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여성의 경우 병을 알더라도 수치심에 진료를 보지 않고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래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 위험이 3배 높은 질병인데, 심평원 통계에서는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2~3배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아직 숨은 여성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혜원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지난 1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환자 인식개선 캠페인 등으로 화농성한선염이라는 질환이 과거보다 널리 알려지면서 진료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만큼 적극적인 질환 홍보가 매우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화농성한선염은 반복적으로 종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수치심이나 자신감 저하 등으로 다른 환자에 비해 우울증(2,54배) 발생 위험이 높다. 또 일반인보다 자살율도 2.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화농성한선염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FT아일랜드 그룹의 가수 이홍기씨도 20년째 자신이 앓고 있는 병 ‘화농성한선염’에 대해 “말로 표현안되는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이씨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CGV여의도에서 열린 화농성 한선염 관련 단편 웹드라마 ‘보통의 날’ 시사회 후 토크 세션에서 “대부분 종기라고 간단하게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며 “아파서 서있을 수 없을 정도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콘서트 촬영 도중에 너무 아파서 중단한 적도 더러 있다”고 고백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김혜원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교수도 “100명중 60명은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겪는다. 출산의 통증과 가깝다는 환자들이 많다”며 “정신적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중증이고 난치성이지만, 10년동안 피부과 질환 중에서 많은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피부과 전문의와의 정확한 상담을 통해 빨리 치료해야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노바티스가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의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한 웹드라마 ‘보통의 날’이 상영됐다. 드라마에서는 라디오 작가인 주인공 ‘은지’가 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화농성 한선염으로 겪는 어려움과 그에 따른 심리 상태를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유병재 한국노바티스 대표는 “이번 웹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화농성한선염 질환과 환자들에 대해 공감하고, 환자들은 조기진단과 꾸준한 치료를 통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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