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 한국피해자학회 회장(성균관대 법대 교수·사진)은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국민 인식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공동체로서 범죄피해자를 적극 보호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을 국민이 절감해야 범죄피해자 구조금 현실화 등 여러 난제가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피해자학회는 피해자들의 권익 보호와 범죄예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992년 만들어졌다. 전통적인 범죄학과 형법학이 가해자를 중심으로 범죄의 원인과 양상을 파악하고 피고인 인권 보호에 주력해온 데 비해 이 학회는 그간 뒷전으로 밀려나 소홀히 취급됐던 피해자의 권익보호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다.
박 회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형사사법 제도만으로는 범죄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데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만약 A가 B의 재산을 훔쳐갔다면 국가는 A를 붙잡아 절도나 사기죄로 징역형을 내리고 감옥에 보내는 데서 책임이 끝난다. B가 재산을 되찾기 위해선 별도의 민사소송을 내야 한다. A가 B의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가정하면 사정은 더욱 기막히다. 경제적 지주, 버팀목이 없어진 B의 가족은 풍비박산이 나는데 A는 교도소에서 자유만 박탈당했을 뿐 국가가 의식주를 책임져 주는 생활을 하게 된다.
박 회장은 “최근 사법 당국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나마 법무부에 전담조직이 만들어지고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뤄졌지만 더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며 “국민 인식 전환, 관련 예산 확보, 통합지원체계 구축, 국가로부터 독립된 범죄피해자 지원체계 구축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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