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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30조를 아십니까] 생활고, 주변시선에 위축되고… 국가는 저 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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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2-16 15:50:19 수정 : 2008-12-16 15: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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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금 '쥐꼬리'… 유가족 상당수 빈곤층 전락
구제 명시 불구 대부분 방치… 되레 상처만
◇지난 4월25일 ‘법의 날’을 맞아 유미자씨(오른쪽)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딸의 누명을 벗겨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한 시민, 한 가정이 중범죄를 겪게 되면 그들의 평온한 일상은 순식간에 파국으로 치닫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다’는 말이 마치 자신들의 처지를 말해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범죄피해자로 산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일이다. 한번 내려치는 것으로 끝나는 벼락과 달리 범죄피해자는 두고두고 고통받는다. 대부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신음을 삼키며 고통스런 기억이 지워지기만을 바라는 처지가 된다.

범죄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가늠하기 어렵다. 가족을 잃었을 경우 느껴야 할 상실감이나 재산·신체상의 피해는 시작일 뿐이다. 가족을 집에서 살해당한 사람은 어떻게 핏자국을 닦아내야 할지, 새 집을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막막함투성이다. 죽은 이가 가장이라면 당장 먹고살 일도 발등의 불이 된다. 이 때문에 살인범죄 피해 유가족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곤 한다. 집을 옮기고 나서도 정신적 충격과 두려움에 떨어야 하며 직장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긴다.

범인이 잡히더라도 피해자의 억울함은 그치지 않는다. 가해자는 법정에서 대리인인 변호사(돈이 없으면 국가에서 대신 변호사를 세워 준다)와 나란히 앉아 할 말 다하지만 피해자는 법정에 서더라도 증인으로서 묻는 말에만 답하고 내려와야 한다.

강력·절도범죄 피해자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검찰·경찰의 역할은 범인을 잡는 데까지다. 범인이 빼앗아 간 재물을 돌려받는 것은 피해자가 민사소송 등을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1987년 개정 헌법은 제30조에서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국가가 범죄피해자 구조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97년 범죄피해자구조법, 2005년에는 범죄피해자보호법이 각각 만들어졌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 56개 범죄피해자지원센터까지 구축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범죄피해자들은 여전히 국가와 사회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범죄자의 인권 보호와 갱생에는 많은 예산이 쓰이고, 수많은 사회단체와 복지법인들이 발벗고 나선다. 그러나 범죄피해자를 위한 사회단체 등은 찾기 힘들고 쥐꼬리만한 범죄피해자 지원예산 증액 문제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범죄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국민 태도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등 각종 범죄 피해 유가족들을 수년째 상담해온 가톨릭 사회교정사목위 안미란 사무국장은 “피해자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받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살인사건 피해자들은 평소 누군가가 손가락질한다는 느낌에 시달린다고 한다. 아무리 참혹한 일을 겪었어도 생활하다 보면 웃을 수 있는데 ‘자기 자식을 앞세워 보내고 어떻게 웃음이 나오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반대로 한쪽에 웅크리고 있으면 ‘왜 저렇게 궁상을 떠느냐’는 얘기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 선입견을 피해 자꾸 숨고 움츠리게 된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모두 196만5977건이다. 이 중 살인·강도·방화·강간 등 흉악범죄로 분류되는 사건은 2만922건이며 살인사건만 1124건 발생했다. 매년 이 정도 규모로 범죄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고 또 피해자 가족까지 합치면 범죄피해자 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반면 지난해 범죄피해자 구조금 지급은 고작 169건, 16억5600만원에 그쳤다. 전국 56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경제·의료지원도 2747건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약속한 범죄피해자 구제 실적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실적이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송원영 기자

◆‘형사 사법절차에 있어 범죄피해자의 권리선언’ (주요 내용)

범죄피해자는 범죄로 인한 피해와 사회의 무관심으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형사 사법절차에서 소외된 존재로 사회의 도움을 바라면서 홀로 고통을 감내해 왔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체제를 마련하고 피해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당연한 임무이다.

1. 범죄피해자는 범죄 피해에서 조속히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아야 한다.

2. 범죄피해자는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하여 차별받지 아니하며, 형사 사법절차에서 범죄피해자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3. 범죄피해자는 형사 사법절차에서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4. 범죄피해자는 당해 사건과 관련하여 형사 사법절차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5. 범죄피해자는 사생활의 평온과 신변의 안전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6. 범죄피해자는 형사 사법절차에서 피해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2008년 11월 19일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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