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근(21·부산대 2년·사진)씨는 지난 7월 부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햇살’의 연락을 받고 부산시 금정구 한 허름한 아파트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현장엔 이미 앞치마와 고무장갑, 마스크로 중무장한 ‘범죄피해자 인권지킴이단’ 동료들이 와 있었다.
“어제 이곳에서 변사체가 발견됐어요. 유족들이 센터에 현장정리를 부탁해서 여러분을 불렀습니다.” 햇살 관계자는 말했다.
최씨도 유니폼을 갖춰 입고 사체가 발견됐다는 집에 들어섰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최씨는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역한 악취에 헛구역질이 났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냄새는 더욱 심했다. 그뿐 아니었다. 온 집안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는 적갈색 핏물은 현기증을 유발시켰다.
변사자는 50대 중반 남성. 타살 여부는 확인이 안 된 상태였지만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 감식반원들의 귀띔이었다. 유족들은 한쪽 구석에서 멍한 표정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햇살’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5일 살인사건이 일어난 한 가정집에서 벽에 묻은 핏자국을 지우고 있다. 햇살 제공 |
최씨는 심호흡을 한 뒤 정신을 가다듬었다. 먼저 신문지로 핏물을 걷어냈다. 핏물은 생각보다 점도가 높았다. 이후 밀대로 남은 핏자국을 완전히 지우고 세제를 묻힌 솔로 집안 바닥을 박박 문질러댔다. 과산화수소수를 뿌린 뒤에야 냄새가 조금 가시는 듯했다. 현장정리를 마친 후 최씨는 목욕탕에 들러 몸에 밴 피냄새를 걷어냈다. 갑자기 정신적인 피로감이 거세게 밀려왔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 같은 후유증은 사흘 정도 더 지속됐다.
최씨는 “제삼자도 이렇게 힘든데 유족들이 자기 손으로 범죄 피해 현장을 치운다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공공·민간차원의 범죄 피해 현장정리 지원사업이 왜 절실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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