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지급결제 수단이 더 생기는 만큼 일상 거래에서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화폐 관리나 수표 발행 등에 따른 비용도 절감될 전망이다.
그러나 물가상승 자극 우려, 위조나 뇌물 수수와 같은 각종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 등은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 편의성 커지고 비용 절감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권의 최고 액면 금액은 1973년부터 1만 원권으로 고정돼 있었다.
지난 36년간 물가는 12배 이상 오르고 국민소득은 150배 이상 늘어나는 등 경제 규모가 커졌는데도 최고 액면 금액은 1만 원을 유지하다 보니 경제 주체들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한은 관계자는 "예컨대 경제 규모나 물가 등을 고려해 1만 원권이 거래돼야 하는데, 1천 원권만 사용할 수 있을 때 느끼게 될 불편함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만 원권이 유통되면 당장 지갑에 넣고 다니는 지폐 장수가 줄 것으로 보인다. 현금입출금기(CD.ATM) 등에서 현금을 넣고 뺄 때 소요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5만 원권이 10만 원 자기앞수표 수요를 어느 정도 대체하면 자기앞수표 제조와 관리 비용의 일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자기앞수표는 화폐와 달리 발행, 지급, 정보교환, 전산처리 및 보관 등에 연간 2천8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1만 원권 5장 대신 5만 원권 한 장만 발행하면 되기 때문에 화폐 제조나 운송, 보관 등에 따른 관리 비용도 줄 것으로 보인다. 1인당 화폐발행 장수는 1975년 7장에서 지난 2006년 기준 77장까지 늘어난 상태다. 한은은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1만 원권이 26조∼27조 원으로, 이 가운데 40% 정도는 5만 원권으로 대체될 것으로 추정했다.
시중은행들이 5만원 권 유통에 맞춰 현금입출금기(CD.ATM) 교체 작업을 하는 것은 은행들에는 비용측면에서 부담스럽다. 그러나 내수진작에는 부분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5만원 권의 예상 유통량 등을 감안해 각 영업점에서 운영 중인 ATM에 지점당 최소 1대 이상은 5만원 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기존 기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운 기기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한국조폐공사는 현급취급기 업체들이 관련 기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 물가상승, `검은 거래' 이용 우려
5만 원권은 그러나 물가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4만8천원짜리 옷이 5만 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조사비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5만 원권이 불러오는 인플레이션은 무시할 정도로 작을 뿐아니라 일회적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차떼기'(뇌물 수수)나 화폐 위조와 같은 범죄에 이용되거나 범죄를 조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이에 대해 "금융회사의 고객 확인 의무를 강화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는 등 시스템의 보완이 이뤄져 고액권을 범죄와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5만원권 발행은 현실적으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화폐액면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피해가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 규모와 함께 금융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머지않아 `경(京)' 단위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5만 원권이 발행되면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액면권종이 된다. 1경은 1조(兆)의 1만 배에 해당하는 단위로 장부에 표시하려면 영이 무려 16개나 필요하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5만원 발행보다는 전면적인 화폐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5만 원권 발행은 화폐개혁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이 10만 원짜리 화폐 발행을 포기한 것도 이번 고액권 발행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5만 원권 발행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겠다면서 10만 원권을 발행을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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