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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SKT 해킹, 공포 아닌 냉정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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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30 00:30:03 수정 : 2025-04-30 00: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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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정보 무차별 확산, 사회 불안 가중
사이버 보안 다시 점검하고 투자 지속해야

최근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을 선도해온 대표 기업의 핵심 시스템이 외부의 악의적 공격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통신망은 현대 사회의 신경망에 비유될 만큼 필수적인 기반시설이며, 그 신뢰성은 사회 전체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술적 사고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인식과 대응 체계 전반을 면밀히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건 발생 직후 일부 언론과 정치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과도한 공포가 확산되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아직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복제폰을 통한 금융 피해, 실시간 위치 추적 가능성 등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앞다투어 제기되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특히 부산에 사는 한 남성의 SK텔레콤 휴대폰 계약이 갑자기 해지되고, 본인 명의로 KT 알뜰폰이 새로 개통된 뒤 은행 계좌에서 5000만원이 인출되는 피해를 본 사례가 대서특필되며, 대중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사건은 이번 해킹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스미싱 공격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과잉 반응은 사회적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나아가 정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사이버 보안 사고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사이버 보안은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수적이다. 공포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사실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보호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실제 피해 범위에 대해 보다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입자 식별번호(IMSI), 유심(USIM) 인증키, 전화번호, 가입 요금제 등이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공동인증서와 OTP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심 정보만으로 금융거래를 직접 수행하거나 신분증을 위·변조하는 등 심각한 2차 피해로 직결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는 동일한 유심 값을 가진 기기가 동시에 접속하려 할 경우 이를 즉각 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이용자가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해 두었다면 복제된 유심이 다른 단말기에 장착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보완 장치들이 존재함에도 부정확한 정보가 마치 현실화된 위협인 것처럼 유포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계심은 강화하되, 사실에 입각한 냉정한 대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법적 의무를 넘어선 선제적 보안 투자와 지속적인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위기 대응 매뉴얼과 사고 대응 훈련을 강화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정보보호를 조직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위협에도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불확실하거나 과장된 정보를 통해 불안을 확산시키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자극적인 보도를 양산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보안 강화 노력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로서, 사태를 선동하는 대신 사회가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사이버 보안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공격 방법도 진화할 것이고 이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위험 역시 커질 것이다. 정부, 기업, 학계, 언론, 국민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성급한 추측과 공포가 아니라 냉정함과 품위를 바탕으로 한 대응이 우리 사회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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