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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똥파리' 양익준 감독 "똥파리는 내 가슴속 응어리의 성토장"

입력 : 2009-04-16 18:46:31 수정 : 2009-04-16 18: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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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담아두면 불편하고 언젠가는 곪아터질
그래서 내가 내뱉어야만 했던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뿐”
“쫄지 말고 우물쭈물하지마.”

영화 ‘똥파리’에서 상훈이 영재에게 했던 이 말은 양익준(34) 감독을 들여다보는 데도 유효하다. 양 감독은 자신이 제작과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똥파리’를 “35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고, 보고, 듣고 느낀 일기장 같은 영화”라고 소개한다.

◇양익준 감독은 그가 각본과 연출, 주연을 맡은 ‘똥파리’에 대해 “결코 관객을 위해서 만든 게 아니라 내 가슴속 응어리를 토해내기 위한, 온전히 나를 위해 만든 영화”라고 강조한다.
전신 인턴기자
중학생 때는 술과 담배로, 고교 시절엔 오토바이와 싸움을 통해 삶에 대한 응어리를 풀어낸 것처럼 이제는 연기와 영화로 지금 양익준의 감정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똥파리’는 상훈과 연희를 통해 가족이란 짐에 짓눌리고 사회에도 섞이지 못하는 비주류 인생의 절박한 삶을 극단적으로 묘사한 다소 처절한 영화다. 하지만 전날(9일) 영화 관계자들과의 술자리로 인한 숙취를 호소하는 양 감독은 생각보다 덜 무서웠고 기대보다 더 활달했다.

그는 ‘살풀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똥파리’가 0.01%의 거짓도 담기지 않은 그 자신의 삶이자 주변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렇다고 ‘똥파리’가 자신의 경험담이나 실재 에피소드를 극적으로 엮어낸 영화라는 말은 아니다. 더러운 똥파리처럼 우리 곁에 살고는 있지만 결코 부딪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그는 “특정 모델이 있는 것도,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면서 “그저 가슴에 담아두면 불편하고 언젠가는 곪아터질, 그래서 내가 내뱉어야만 했던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뿐”이라고 말한다.

연기자도 가슴속 응어리를 토해낼 뭔가를 찾다가 우연히 택하게 된 길이었다. 고교 시절 친구들 앞에서 죽은 척했는데 모두다 속어넘어갔고, 재능이 있는가 싶어 연기학원을 석달 다니다가 제대 후 관련 대학에 입학했다는 게 ‘품행제로’ ‘아라한장풍대작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1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 짤막한 사연이다. 그러나 연기를 직업으로 하다보니 마음에 와닿는 캐릭터나 시나리오를 만나기가 힘들었고 배설하는 쾌감도 작았다.

“지금도 연기란 말을 싫어합니다. 감독 지시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좀비 같아서요. 이름 난 배우들에게야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올 테니 자기와 근사치의 감정을 갖고 있는 영화를 택하면 되겠지만 저처럼 무명 연기자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었겠습니까. 순전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발산할 수 있는 영화를 찾다보니 막연하게 내가 직접 각본도 쓰고 연출도 하는 것을 궁리하게 됐고, ‘생각하는 것은 물 위에 글을 쓰는 것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돌 위에 새기는 것이다’란 대만 감독의 말을 듣고 결심을 굳혔지요.”

양 감독이 촬영장에서 리허설을 하지 않는 이유도 연기자들이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고유한 감정을 영화 속으로 가져오길 원해서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통해 연기자 자신을 표현해달라는 당부 이외에 어떤 주문도 하지 않았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나 의도를 갖고 연기를 하거나 영화를 만들면 뭐든 불편해진다는 게 그의 연기?연출관이다.

양 감독의 이러한 태도는 16일 이후 만날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똥파리’는 로테르담, 도빌, 라스팔마스 등 해외 국제영화제의 잇단 호평에 힘입어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이날 58개관에서 개봉했다. 양 감독은 해외 호평에 대해 “나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 속 인물이 관객이 차마 하지 못했던 얘기를 대신 뱉어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한 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영화에서 충분히 풀어냈고, 이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관객 개개인에게 달린 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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