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들 심경 변화… 일부 혐의 시인
1차 구출 작전팀에 총격 사실 인정
수사본부 고위 관계자는 “청해부대로부터 넘겨받은 군 검찰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한국인 선원 1명은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석 선장과 같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숨어 있었는데, 해적 1명이 이불을 제치고, 이 선원 바로 옆에 있는 석 선장의 얼굴을 확인한 뒤 ‘캡틴’이라고 소리지른 뒤 AK소총을 난사했다”고 말했다. 목격 선원은 구출된 후 군 검찰이 제공한 사진을 봐가며 범인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이었고 해적의 생김새가 쉽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이 선원이 범인을 잘못 짚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아직 범인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대질신문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 범인이 무함마드 아라이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구출된 삼호주얼리호(왼쪽)와 구출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 최영함이 31일 오후(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항에 정박해 있다. 무스카트=연합뉴스 |
수사본부는 또 해적들이 국내로 압송되기 3일 전인 지난달 27일 오만 현지로 수사관 5명을 파견해 미얀마 선원 11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2명의 진술을 받았고,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선상에서 실황조사도 이미 끝냈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원들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생포된 해적 5명 중 1명이 석 선장에 총을 쏘는 것을 봤다”며 “처음 최영함이 따라붙자 해적들이 선장이 군함을 부른 것이라며 석 선장을 내리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사본부는 이어 사살된 시신 8구에 대한 검시를 끝내고, 구출작전에 참여한 군 지휘관과 직급별 요원의 구체적인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적들도 이날 청해부대의 1차 구출작전 당시 우리 해군에게 총격을 가해 특수전 요원 3명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국내 압송 이후 선박 납치에 가담했다는 부차적인 혐의는 인정했지만, 총격 등 핵심 혐의는 부인으로 일관한 해적이 총격 사실을 인정한 것은 수사 개시 이후 처음이다. 또 이들 해적의 실체도 드러나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수사본부는 “해적 중 일부가 청해부대의 1차 구출작전 때 삼호주얼리호 갑판에서 해군 특수전 대원들이 탄 보트를 향해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며 “짜맞춘 듯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해적들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듯 어제부터 성실히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또 이번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사살 또는 생포된 해적 13명의 이름과 나이, 주소, 직책 등 조직체계를 파악했다. 이들은 19∼29세이며, 이 중 10명이 같은 지역(소말리아 푼틀란드 갈카요)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푼틀란드 보사소와 그로웨 출신이었다.
수사본부는 “생포된 해적들이 ‘한국 해군의 구출작전에서 두목 아브디 리스크 샤크(28)와 부두목 스우티 알리 하루(29)는 사살됐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수사본부는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을 가리기 위해 석 선장 몸에서 제거한 탄환 3발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의뢰 시점은 청해부대 최영함이 확보한 해적의 총기류를 입수한 이후다. 수사본부는 총기류의 지문도 채취, 해적 지문과 대조할 예정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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