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넘겨 받은 검찰]생포 해적들 ‘모르쇠’ 일관…석 선장 총격 등 입증 해야 국내 사법사상 초유의 외국인 해적의 삼호주얼리호 납치사건을 수사한 남해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7일 납치범들이 소말리아 해적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악명 높은 ‘푼틀란드 그룹’ 소속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사본부는 이번 사건이 한국 선박 표적납치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해경이 발표한 수사 결과 주요 내용과 사건을 송치받는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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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규 남해해경청 삼호주얼리호 해적사건 특별수사본부장이 7일 오전 남해해경청에서 그동안의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청해부대 최영함에 생포된 5명을 포함한 해적 13명(사살된 8명 포함)은 대부분 소말리아 북부 푼틀란드 지방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중순쯤 선박납치를 목적으로 결성돼 해적행위를 공모했다. 이들은 같은 달 22일쯤 이란 국적 40∼50t급 어선을 모선으로 소말리아 그라드항을 출항한 뒤 납치할 선박을 찾아 항해하며 15일간 총기조작과 사격술, 사다리를 활용한 선박납치 훈련을 했다.
수사본부는 두목과 부두목이 사살돼 수사하지 못했지만 여러 정황을 참작해 해적이 삼호주얼리호를 표적납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생포된 해적 1명은 출모선에 타고 있던 이란인을 통해 삼호주얼리호의 운항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진술해 해경이 내린 결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선박 강탈 및 몸값 요구
지난달 15일 오전 7시30분쯤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해 입구 공해상에서 해적 5명은 대전차 로켓포 등 각종 살상무기를 소지한 채 고속단정을 타고 삼호주얼리호에 접근했다. 이어 갈고리가 달린 로크와 사다리를 이용해 삼호주얼리호에 올라 선박을 납치했다.
나머지 해적 8명은 2차로 승선해 피난실인 선미 로프창고에 숨어 있던 선원들을 총기로 위협해 조타실 등에 감금했다. 해적들은 스리랑카로 항해 중이던 삼호주얼리호의 항로를 자신들의 본거지인 소말리아로 향하도록 강요했다.
해적들은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뒤 두 차례 석해균 선장을 통해 선사인 삼호해운에 전화를 걸었다. 해적 두목은 삼호해운 측에 “우리는 돈을 원한다. 돈을 준비해라. 우리는 소말리아로 간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적들은 500억원 상당인 삼호주얼리호와 선박에 실려 있던 시가 70억원 상당의 화물을 강탈했다. 또 배를 뒤져 선원들의 현금과 컴퓨터 등 2750만원어치를 빼앗았다.
◆향후 수사과제
수사본부는 해적들을 상대로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금미 305호 등 이전 우리 선박 피랍사건들과 이번에 생포한 해적과의 관련성을 조사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선박납치 사건을 주도한 두목과 부두목이 사살됐고, 생포된 해적들은 ‘알지 못한다’고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해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수사본부는 생포한 해적이 소말리아의 어떤 군벌 아래 있었는지와 국제 해적단체들과의 연계 여부도 밝히는 데 실패했다. 표적납치 여부도 향후 검찰수사에서 추가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으로 지목된 아라이에 대해서도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인 입증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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