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장관 이어 대통령까지 “한국, 모범사례 될 것”… 野 “충격적”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10 06:00:00 수정 : 2020-03-10 09:29: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코로나19 확진 7478명·사망 54명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의 추세를 이어나가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했던 말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7500여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50명 이상 나온 상황에서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이 잇따라 ‘모범 사례’란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섣부른 자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충격적인 현실 인식”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916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어제 248명으로 추세적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며 “이 추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200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6일 이후 12일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여러 나라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의 추세를 계속 이어나가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국민들께서 방역 당국을 중심으로 단합하면서 잘 협조해주셨다”면서 “끊임없이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 증폭시키는 행동들이 일각에서 있었지만 국민들께서는 흔들리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아직 낙관은 금물”이라면서 “대구·경북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는데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된다는 것은 보다 큰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우리는 아직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종교 행사 등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을 맡고 있는 박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방역 관리 체계에 대해 설명한 뒤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확진자 수가 많은 게 “월등한 진단검사 역량과 철저한 역학조사 등 방역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한 것”이라고도 했다. 박 장관은 우리 정부의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와 국민들의 개인위생 준수, 국가의 감염병 검사비·치료비 부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체 채취 등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뒤 일각에선 곧장 비판이 일었다. 국내 대표적인 감염병 전문가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복지부 장관이 한국의 사례가 모범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본인의 입으로 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적으로 맞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전날 박 장관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표현을 쓰면서 일부에서는 ‘자화자찬’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미래통합당 전희경 대변인은 중앙일보에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로 국민 경제와 생활이 붕괴한 마당에 모범 사례를 운운한 건 그야말로 정신승리”라며 “문 대통령이 참모가 써준 걸 읽은 거라면 써준 참모는 만고의 간신이고, 대통령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충격적인 현실 인식”이라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478명이다. 사망자는 54명으로 늘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