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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1993-03-12 07:30:00 수정 : 1993-03-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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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콜총리가 독일통일 직후 구동독지역을 가리켜 「메디리오조네」라고 불렀다.메디리오조네는 마피아로 유명한 시실리를 포함한 이탈리아 남부의 낙후지대를 뜻한다.우리 나라에서도 상영된 이탈리아영화 「수전지대」가 바로 이 메디리오조네 출신 여주인공의 생태를 담고 있다.실업자만 득실거리는 남부지대에서 모내기철에 돈벌러 북부에 오는 부녀자들의 애환을 그린 내용이다.이탈리아 북부는 농사만이 아니라 공업도 굉장히 발달했다.▼보통 제노바 토리노 밀라노의 삼각지역이라고 말하는 일대에 대규모 공업시설이 집중되어 있다.우리에게 잘 알려진 피아트 자동차,피렐리 타이어,올리베티 타자기,알파로메오 스포츠카,베레타 총기회사 등 수많은 대기업이 이 삼각지대에 집중되어 있다.이들 대기업은 르네상스때부터 뿌리를 내려온 명문거족의 자산가가 경영하는 족벌기업들이다.무솔리니시대에도 이들을 휘어잡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세력을 지녔었다.실로 이탈리아의 고민이 여기서부터 생겨났다.▼현재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란 말을 낳게 한 ENI사는 원래 이탈리아판 재벌의 문어발식 득세에 쐐기를 박으려고 정부가 출자해서 만든 개인회사에 대한 대항기업이다.「국영탄화수소공사」의 약자인데 과거에는 에너지를 총괄했었다.한때는 소련산 원유를 헐값에 사들여 국제석유시장에서 농간부리는 영미계의 세븐 시스터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그런 「에니」가 정경유착의 복마전이 되어 1백명의 국회의원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한다.▼전후에 50차례가 넘게 정권이 바뀐 이탈리아는 정치의 불안정과 경제의 2중구조속에서도 국제적 명성을 떨치는 대기업군이 견인차가 되어,현재 쇠잔해가는 영국을 앞지르는 부자나라가 되었다.마피아 소탕에 연이어 부정부패로 만연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면목을 일신한 나라로 탈바꿈할 것인지 우리의 관심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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