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 3년', '다시 늘어나는 노숙자'. 너무 귀에 익어 때론 짜증마저 나는 노숙자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파 '노숙자 다시 서기 지원센터(일명 노다지)'의 자원봉사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16일 발대식을 가진 이들은 야간상담에 나서기 위해 여느때처럼 22일 오후 9시30분 서울역 인근 중구 봉래동 '노다지' 사무실에 모여들었다. 일주일째 접어든 야간상담에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많았지만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들도 눈에 띄었다.
공성록(59)씨는 "노숙자들을 상담하면서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놓았으며,유학을 앞두고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어 자원했다는 김상태(25)씨는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한명이라도 더 찾아 상담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주의사항 등 간단한 교육을 받고 오후 10시쯤 '따뜻함을 함께'라는 글귀가 적힌 노란색 점퍼를 입고 서울역,영등포역 등 각자의 '일터'로 향했다.
10분쯤후 김씨는 노숙자가 가장 많기로 소문난 서울역 지하도에 도착했다. 김씨는 바닥에 누워 있는 70대 노인에게 다가가 노숙자 보호소의 주소 등이 적힌 '노숙자 수첩'을 건넨 뒤 "날씨도 추운데 '자유의 집'에 들어가시죠"라고 권유했다.
30여분이 흐른 뒤 김씨는 부부 노숙자를 만나 그들의 얘기에 귀기울이며 애써 눈물을 감춰야 했다. 이날밤 바람은 차가웠고 서울역 지하도에는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노다지 자원봉사자들의 가슴에는 온기가 흘러넘쳤다.
/이상범기자 topbum@sg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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