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보이지 않는 관행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당인 사민당과 녹색당 소속 국회의원 두명이 아우토반에 최고속도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사민당 소속 라인하르트 바이스 의원과 녹색당의 라인하르트 로스케 의원은 아우토반의 최고시속을 인접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130km로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무제한 속도 폐지 주장은 다임러 벤츠의 자동차 주행 실험기사가 지난해 7월 아우토반에서 시속 250km로 달리다 150km로 앞서 가던 승용차에 사고를 불러일으켜 두 명의 목숨을 잃게 한 뒤 지난달 18일 칼스루헤 법원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제기됐다. 이 사건으로 독일에서는 고속질주자들의 위협적 운전 행태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현재 총연장 1만가 넘는 아우토반에서 속도제한제가 적용되는 구간은 30%에 그친다. 나머지 70%에선 속도 제한이 없다. 아우토반에서 고속주행을 즐기는 폭주족들에겐 시속 200km가 기본일 정도다.
무제한 속도에 따른 이득도 없지는 않다. 4470만대의 승용차가 거리를 메우는 독일에서 고속도로가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여름 휴가철이나 연휴 등 아주 특별한 예외기간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바이스와 로스케 의원의 아우토반 속도제한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동료 의원들 가운데 동조하는 의원들이 적고, 주무부처인 교통부가 가장 먼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자동차 총리’라는 닉네임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니더작센주지사 시절부터 폴크스바겐사와 가까운 정치인이었고, 현재 아우디의 고성능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 연정을 펴고 있는 환경정당인 녹색당조차 두 의원의 제안을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속도제한 구상은 역시 보이지 않는 관행의 벽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프랑크푸르트=남정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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