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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방치했단 ''죽음의 병'' 된다

입력 : 2005-03-04 10:19:00 수정 : 2005-03-04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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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우리나라 국민 8%가 앓아…당뇨·심장병·암 유발 우울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병하기 때문에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도 한다. ‘감기’라는 말이 의미하듯, 우울증은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 않아 계절적인 우울증이나 산후 우울증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조기에 치료하면 쉽게 낫지만, 방치할 경우엔 자살이나 충동적 범죄로 연결되기도 한다. 얼마 전 가정주부가 자신의 불륜을 의심하는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나 최근 돌연 자살한 영화배우 ‘이은주’ 역시 그 원인이 우울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울증, 위험한 질병임을 인식해야=현대인들에게 가장 흔한 정신과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우울증’이다. 여성은 약 10∼25%, 남자는 약 5∼12%가 일생 중 최소 한번은 경험하며, 여성의 5∼9%, 남성의 2∼3%가 우울증 환자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울증을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지 어떤 충격으로 생긴 일시적 현상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생활에 흥미를 잃고, 때론 자살로 이어지는 심각한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1세기에 인류를 괴롭히는 10대 질병 중 하나로 지적하고, 2020년에는 심장병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질병이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전 국민의 8%(320만명)가 시달린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우울증은 ‘현대인의 역병’이다.
실제로 우울증은 당뇨, 심장병, 암, 심지어 골다공증과 같은 기존 질환에 영향을 미치고 악화시킬 뿐 아니라 이런 질병을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원(NIMH)의 신경내분비학 임상연구 책임자 필립 골드 박사는 “우울증은 신체의 거의 모든 질병에 영향을 미치고 복잡하게 만드는 유일한 전신성 질환”이라고 지적한다.
◆우울증의 증상=우울증은 기운이 없고 매우 피곤하며 우울한 기분, 흥미와 즐거움 상실, 활동 감소성 증상이 있어야 한다. 잠깐의 기분 침체나 평상시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일시적·일과적 우울한 기분은 우울증이라고 하지 않는다. 최소한 우울한 상태가 2주간 지속되어야 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증상이 있어야 우울증 진단이 내려진다.
우울증이란 신체, 기분, 생각이나 행동 모든 면에서 나타난다. 입맛이 떨어져 식사를 못 하거나, 수면에 영향을 미쳐 불면증이 오거나 새벽에 일찍 깨고, 자신을 아무 쓸모가 없는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기도 한다. 사물이나 외부환경을 보는 시각도 변해 모든 일을 불길한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 또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고 재미나 즐거움도 없으며,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어한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조사 결과 우울증 환자가 호소하는 증세로 머리가 아프다가 40%, 몸의 일부가 저린다가 48%, 숨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하다가 39%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은 노인 우울증 환자에 두드러져 70∼80%는 우울하다는 말 대신 몸이 아프다고 한다. 나이에 따라 관계를 맺는 사람이 달라 표출 상대도 다른데, 어린이들은 부모에게 반항적이 되기도 하고 지나치게 매달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생활 양상의 급격한 변화가 2주 이상 간다든지 죽고 싶다는 말을 할 때, 행동이 공격적으로 변할 때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우울증 원인과 유병률=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유전적·체질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생물학적 원인과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원인, 그리고 심각한 상실, 만성질환, 대인관계의 어려움, 경제적 문제 혹은 일상생활에 있어 좋지 않은 변화 등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원인이 있다. 즉 생물학적·심리적·환경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우울증 유발에 관련된다. 최근 연구에서 이러한 사람들의 뇌 안에 뇌활성 물질(특히 세로토닌) 변화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는 우울증은 질환이므로 의학적으로 치료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경우 우울증 유병률이 남성의 2배에 이르고,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자살 시도율은 남자보다 4배 정도 많다. 그러나 자살 성공률은 남자가 오히려 여자보다 4배나 높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나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호르몬 분비의 차이 ▲출산의 영향 ▲정신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의 차이 ▲관습에 의한 학습된 무력감을 들 수 있다.
여성은 또 남성에 비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혹은 어떤 관계가 종결되었을 때 유달리 큰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우울증은 환자 스스로 노력해 좋아지기가 쉽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수주에서 몇달, 심하면 몇년씩 계속된다.
◆우울증의 치료=치료를 받은 우울증 환자의 80∼90%가 증세의 호전을 보였다는 결과가 뒷받침하듯이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하지만 문제는 재발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약을 조기에 끊는 것이 원인이다. 대개 우울증 약은 2∼3개월 먹으면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약을 끊는다. 이 경우 대부분 6∼12개월 안에 재발한다. 증상은 호전되는 것 같지만, 신경계는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신과협회(APA)는 적어도 우울증 약을 4∼6개월 이상은 복용해야 한다고 권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2∼3년 동안 계속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울증 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은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다. 뇌 속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화학적 불균형을 보일 때 우울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SSRI가 세로토닌이 신경세포로 재흡수되는 것을 차단하여 몸속의 신경전달물질을 적정하게 유지해 줌으로써 우울증을 치료하게 된다. SSRI 성분의 항우울제로는 ‘푸로작’(릴리) ‘졸로푸트’(화이자) ‘세로자트’(GSK) 등이 있다.
조원익 기자 wick@segye.com
〈도움말:고대 안암병원 우울증센터 소장 이민수 교수, 가톨릭 의대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이철 교수,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

■우울증의 자가진단법
1. 계속되는 우울, 불안, 혹은 공허감
2. 절망적인 느낌, 염세적 사고
3. 죄책감, 무가치 혹은 무기력감
4. 성생활을 포함해 즐거웠던 일이나 취미생활에서의 의욕·흥미 상실
5. 불면, 아침에 일찍 깨거나 과다한 수면
6. 식욕·체중 감소, 과식이나 체중 증가
7. 힘이 없고 피로하며 몸이 처지는 기분
8.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 자살 기도
9. 초조감, 쉽게 짜증이 남
10.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의사결정의 어려움
※ 위 증상은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이 제시한 것. 4∼5개 이상의 증상이 있으면 우울증일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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