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대 2학년 박완기씨 근육질 몸매에 빨간 팬티를 입고 있는 ‘근육맨’, 진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세로 줄무늬가 새겨진 이소룡 운동복 차림의 ‘Mr. Lee’ 등은 일명 ‘몸티’라 불리는 티셔츠들이다.
얼굴 없이 사람 몸만 그려져 있어 입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어 ‘몸티’라 불리는 개성 만점 티셔츠를 디자인한 이는 바로 서울산업대 시각디자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완기(26·사진)씨다. 그는 지난 3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티셔츠 ‘Mr. Lee’를 시작으로 ‘슈퍼맨’, ‘굿 보이’, ‘근육맨’ 등 톡톡 튀는 디자인의 티셔츠를 내놓았다.
군대에서 사회에 나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는 그는 5일 “그냥 생각만으로 끝날 것만 같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져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길거리에서 내가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말 신기해요. 비록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무난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서 막 인사도 하고 싶어져요.”
그가 디자인한 티셔츠의 주고객층은 사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 남학생들이다. 인터넷에서 나도는 유행어나 모티브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개성 넘치는 티셔츠는 10대 남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운동회 등 학교 행사 때 입기 위해 단체주문을 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10대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부지런히 따라잡고 좀 더 튀면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가 쉽지는 않아요. 인기 끄는 디자인의 생명도 그리 긴 편도 아니고요. 끝까지 살아남는 캐릭터 디자인은 전체의 1%쯤 되겠죠.”
라디오야말로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발원지라며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다는 그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일상적인 삶의 소소한 감성을 잡아내고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뭔가를 발견하면 사진 찍고, 영화를 보면서도 마음에 드는 장면과 대사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스케치하고 대사를 받아 적는다고 한다. 그의 곁에 스케치북과 연필, 카메라가 늘 함께하는 이유다.
“캐릭터 제작회사에 다니던 중 그림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서인지 공부가 참 재미있어요. 일과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으니까 운이 좋은 편이죠.”
글·사진=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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