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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 막강한 정보력… 국회도 움직이나

입력 : 2005-07-18 21:26:00 수정 : 2005-07-18 2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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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강한 '' 삼성 로비 실태 “삼성이 뛰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서울 여의도 정가에 퍼져 있는 속설이다.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갖춘 삼성이 움직이면 삼성에 불리한 법안과 정책의 내용이 바뀐다는 뜻이다. 국회 직원들에 따르면 흔히 국회와 행정부에 대한 ‘대외협력활동’ 분야에서 삼성은 국내 어떤 기업이나 이익단체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삼성의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는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대외활동의 중추 ‘구조본’=삼성 그룹 대외활동은 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에서 총괄한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물산 등 30여개 자회사별로 2∼5명씩 국회 업무협력팀(일명 연락관)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를 총지휘하는 곳은 구조본이라고 한다. 구조본의 기획팀 산하에 있는 ‘대외협력파트’에서 각 자회사 업무협력팀을 통솔하는 체제다.
각 자회사 연락관들이 국회 현장에서 수집하는 동향 정보는 모두 구조본으로 모인다. 구조본 기획팀은 이를 바탕으로 대(對)국회 전략과 활동 지침을 짠다.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상임위라도 의원별로 담당 자회사가 다르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관리하다 보니 효율성을 위해 업무를 분담해 마치 한개 조직처럼 활동하는 것이다.
국회를 출입하는 다른 대기업과 공기업들도 삼성의 체계적인 대외 협력활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독보적인 저인망식 인맥 관리=삼성의 막강한 정보력은 철저한 인맥관리에서 나온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삼성은 1년에 한번씩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상대로 인맥조사를 한다.
이렇게 수집된 인맥은 그룹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된다. 직원들이 정·관계 지인과 만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신 뒤 다음날 대화 내용을 서면보고하면 회사에서 회식 비용를 대납해줄 뿐만 아니라 인사 고과에도 반영한다. 구조본은 이런 인맥 정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서 삼성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관련 인맥과 정보를 총동원해 대응전략을 수립, 집행한다.
그룹의 자체 ‘맨 파워’가 워낙 뛰어나 정·관계 인사들은 대부분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에 걸린다고 한다. 17대 국회의 경우 386 초선 의원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많아져 초기에는 인맥을 쌓는 데 고생했지만 지금은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는 게 다른 대기업 연락관들의 귀띔이다.
최근 삼성이 법조인과 언론인, 관료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는 것도 대외활동 인맥 풀을 넓히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취재 중 만난 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이러다가 18대 국회에서는 삼성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고 삼성의 인맥 파워를 우려했다.
◆인맥을 통한 조용한 로비=삼성의 인맥 정보는 특정 사안이 터졌을 경우 ‘전략지도’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삼성 구조본의 인맥 데이터베이스에 ‘금산법’을 키워드로 치면 이 법안과 관련된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세밀한 신상 정보와 최근 동향은 물론 그룹 임직원들과의 연고가 모두 뜬다고 한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해당 의원이나 보좌진이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사람들을 통해 은밀하게 삼성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지난 6월 국회에서 ‘금산법 개정안’을 발의한 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동료의원이나 지인들로부터 ‘삼성과 싸워 좋을 일 없다’는 충고를 듣곤 했다”며 “삼성이 간접적으로 뜻을 전해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모 이동통신사의 연락관인 K씨는 이런 삼성의 활동에 대해 “(삼성은) 들키지 않고 꼭 필요한 지점만 타격하는 스텔스기 같다”고 비유했다.
◆실패한 로비 사례=로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국세청 국정감사 당시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이건희 회장 장남 이재용씨의 탈세 혐의를 지적했다. 한 보좌관은 “당시 심 의원의 질의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삼성 국회 담당 직원들이 윗선으로부터 박살났다는 이야기를 삼성측 사람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노동부 삼성SDI 특별조사 백서’를 발간한 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삼성이) 우리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처음 문제 제기를 한 뒤 의원회관 주변에는 “238호실(우 의원실)이 삼성 사람들로 문턱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이에 한 보좌관은 “하도 귀찮게 하길래 올 2월 쯤 전화통화 때 ‘너희들이 뭘 하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절대 하지 마라’고 했더니 그 이후로는 발길을 끊었다”고 전했다.


김동진·이철호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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