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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신체검사 금지 일부기업 ''못들은 척''

입력 : 2006-02-22 15:26:00 수정 : 2006-02-22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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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올해부터 시행…모범돼야 할 공무원 신검규정 아직도 안고쳐 이달 초 국내 굴지의 대기업 최종면접을 통과한 A(29)씨는 합격의 기쁨은커녕 10여일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채용 신체검사에서 간장질환 의심 판정을 받아 1주일 뒤 재검을 받아야 했던 것. 그는 1년여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 회사에 지원한 터라 불합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고민하다 불면증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이후 재검을 기다리면서 간장질환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A씨는 뜻밖에 올해부터 채용 신체검사가 폐지됐다는 노동부의 공지사항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A씨는 재검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최종 합격했지만 “정부에서 폐지하라는 신체검사를 왜 회사에서 굳이 실시하는지 모르겠다”며 “며칠 동안 속 끓인 것을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동부가 올해부터 채용 신체검사를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일부 공·사기업에서는 버젓이 이를 계속하고 있어 지도·감독이 시급하다. 특히 모범이 돼야 할 공무원 채용 규정은 지금까지도 특정 질환에 따른 채용거부를 명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근로자 채용 시 건강진단 의무실시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이는 적정업무 배치를 위해 실시하던 채용 신체검사가 병력(病歷)에 의한 고용차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채용 신체검사 폐지는 기업의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서울 종합병원에서는 신체검사 시 검사 항목에 따라 1인당 보통 2만원에서 12만원까지를 받고 있다. 대신 노동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 자격을 취득한 경우 당해연도부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의 뒤 관련 보건복지부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올 들어 신입·경력사원을 채용하고 있는 일부 사기업과 공기업 등의 모집요강은 여전히 최종 선발기준으로 신체검사를 포함하고 있다. 최근 공채를 시작한 한 공기업은 ‘공사는 성별, 학력, 연령에 대한 차별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4차 전형에서 신체검사와 신원조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지난달 채용을 진행한 또 다른 공기업은 채용에서 제외되는 요건 중 하나로 ‘채용 신체검사 결과 부적합한 자’를 명시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신체검사 결과를 직무적합성 판단 등의 자료로는 이용할 수 있지만 합리적 이유없이 채용거부 등의 판단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며 “사업주들이 근로자 채용 시 과거 병력에 의한 차별을 할 경우 이를 금지한 고용정책기본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따라 강력한 행정지도를 펼 방침”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 채용에 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지난해 말 공무원채용신체검사규정을 개정, 그간 논란을 빚었던 간염검사 항목은 삭제하면서도 여전히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에 ‘업무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만성활동성 간염과 혈우병 등 수십 가지 질환을 계통별로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 신체검사 규정은 상당수 공·사기업에서 준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시급하다.
중앙인사위원회 한 관계자는 “대민 서비스를 주로 하는 공무원 업무 특성상 전염병 유무 등을 채용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공무원은 채용 뒤 사기업과 같은 정기 신체검사 의무규정이 없기 때문에 민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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