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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과 금욕의 힘''을 아는가

입력 : 2006-03-18 13:06:00 수정 : 2006-03-18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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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월드]독신의 탄생 왕의 여자(후궁)를 사랑한 남자. 사랑해선 안 될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선택은 거세, 즉 남성의 제거였다. 환관이 된 남자는 죽을 때까지 여인의 곁을 지키며 못다한 사랑의 아쉬움을 달랜다. 얼마나 사랑하면 그럴수 있을까. 얼마나 사랑하면 금욕을 통해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영화 ‘음란서생’ 속 환관과 후궁 정빈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얘기다.
이 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금욕과 독신 현상을 분석했다. 광범위하고 독특한 금욕·독신 연구를 통해 독신이 종교적 필요에 의해 존재해 왔다는 통념을 깨뜨린다. 저자는 “독신이 보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개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치·종교·예술 등 각 분야에서 궁극의 경지에 이른 많은 인물을 소개하고, 그들 업적의 원동력은 독신과 금욕의 삶이었음을 보여준다. 독신의 재발견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왼쪽), 마하트마 간디



16세기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처녀왕’으로 유명하다. 아버지인 헨리 8세의 문란한 성 생활에 진절머리가 난 그는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키겠다고 마음먹지만, 차차 자신의 야심을 키우는 데 독신을 활용했다. 결혼해서 후계자를 만들어 달라는 의회의 요구를 묵살하며 권력 기반을 다졌고, 외국 사절에 이런저런 혼담을 흘리며 정치·외교 수단으로 이용했다.
동서양 왕실 어디서나 내시는 최고 통치자의 신임과 총애를 받았다. 왕은 자식을 가질 수 없는 내시가 흑심을 품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에게 국사를 맡겼다. 그러나 환관들의 속내는 달랐다. 강한 야심을 가진 환관들은 조정 고위직에 앉아 권력과 부를 누리며 성욕을 제외한 모든 욕망을 충족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대륙을 뒤흔든 주요 사건의 배후에 환관들이 연루되지 않은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다.
권력과 출세를 위한 수단이 아니더라도 독신의 삶을 택한 위대한 인물은 많았다. 동성애 의혹을 떨치기 위해 금욕 생활을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오페라 명가수가 되기 위해 거세한 카스트라토 소년은 평생 독신으로 살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과 잔 다르크는 가정에서의 전통적 역할을 거부하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독신을 택했고, 마하트마 간디는 자신의 절제력을 실험하기 위해 처녀들과 알몸으로 한 방에서 잠을 자며 금욕을 실험했다.
저자는 현재 캐나다 맥길대학의 연구교수이자 여성·역사·환경 분야의 글을 쓰는 언론인. 그가 8년 동안 수집했다는 독신에 대한 자료는 실로 방대하고 흥미롭다. 특히 비자발적 금욕과 거세를 다룬 얘기들은 실소를 자아낸다. 최근 태국에서는 남편의 외도에 격분한 여성들이 남편을 거세하는 사례가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봉합수술을 위해 ‘성기 순찰대’까지 만들어 버려진 남편의 물건을 찾아내고 있지만, 어떤 부인은 잘라낸 성기를 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내 그마저 쉽지 않다.
저자는 현재 독신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부터 ‘금욕이 인생에서 적잖은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금욕을 결심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독신이나 금욕을 권유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독신의 현실을 묘사하고 분석할 뿐 금욕을 옹호하거나 비판하진 않는다. 저자는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신을 말한다. “예로부터 금욕은 양날을 가진 칼이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인 경우 금욕은 힘과 자유를 안겨주지만, 강요된 것일 경우 억압과 핍박을 가져온다. 자의인가 타의인가에 따라 금욕은 긍지가 될 수도, 고역이 될 수도 있다.”
독신과 금욕의 실천을 통해 ‘값진’ 인생의 열매를 거둘 것인지, 본능과 욕망에 순응하며 ‘달콤한’ 사랑의 열매를 따낼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원제는 ‘A History of Celibacy’. ‘셀리버시’는 독신과 정조, 금욕 등을 뜻한다.



◇들라쿠르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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