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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세관 ''짝퉁''과의 전쟁…"밀수꾼 딱 보면 알아"

입력 : 2006-03-23 15:27:00 수정 : 2006-03-23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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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쓴 40대 수상…검색하라 오버" “입국심사를 마쳤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수하물 수취대에서 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7일 낮 12시30분쯤 중국 상하이발 항공기에서 내린 K(46)씨가 인천국제공항 2층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오자 여행객 틈에 섞여 있던 인천공항세관 로버(Rover·우범자 색출을 위한 사복착용 순회감시 세관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X-레이 검사에서 비슷한 유형의 물건이 K씨 짐 안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터라 로버 최종섭씨는 K씨의 동태를 마샬(검사지정관)에게 무전으로 알렸다.

세관을 빠져나오기 직전 마샬이 K씨에게 “신고할 물품이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K씨가 “없다”고 발뺌하자 세관검사 협조를 요청했다. 검사직원이 K씨의 가방을 여는 순간 루이비통·베르사체 가방 등 ‘짝퉁’ 명품 114점이 쏟아져 나왔다. 진품일 경우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인천공항세관에선 날마다 ‘짝퉁’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짝퉁은 명품에서부터 장뇌삼, 발기부전치료제 등 매우 다양하다. 밀수꾼들은 X-레이 검색을 피하기 위해 밀수품을 몸에 은닉하는가 하면 심지어 생리대에 숨겨 반입을 시도한다. 발기부전치료제를 은박지로 꼭꼭 싼 뒤 우황청심환 케이스에 넣어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주말 해외 여행객을 겨냥한 심야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 시간 등 감시가 소홀한 틈을 밀수꾼들은 노리고 있다.
지난 1월 유명업체 신발과 가방 1500여점이 화물기로 들어오자 세관은 위조 상품임을 직감했다. 진품일 경우 2억7000만여원 상당이지만, 수입신고 가격은 터무니 없이 낮았다. 밀수꾼 Y(50)씨는 세관에서 “저가신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세관이 위조 여부를 감정 의뢰하자 Y씨는 순순히 입을 열었다고 한다.
세관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적발한 가짜 상품 반입 건수는 68건.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136건)의 절반이나 된다. 세관 휴대품과 정순열 과장은 “환율 하락에다 해외 여행객 수가 늘어나면서 밀반입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위조상품인 줄 모르고 반입하려 했다 하더라도 상표법 위반 혐의로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한순간의 실수가 ‘전과자’로 낙인찍히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세관의 감시망을 피하는 방법은 없다. 세관은 전체 여객의 3% 정도만 검사한다. 화물도 비슷하다. 신속한 서비스를 위해 일일이 검사할 수 없는 노릇. 첩보와 X-레이 검사, 동일수법 전과자의 정보를 분석하는 ‘여행자정보 사전확인 시스템’(APIS) 등을 통해 대상자를 지정한다. 나머지 97%는 이미 걸러낸 것이다.
로버 길병익씨는 “행동이나 표정, 차림새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 밀반입을 시도하려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한 X-레이 판독요원은 “검색화면에 비친 모습만 봐도 어떤 상표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석 기자 dsch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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