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의 부상과 함께 안면 가드의 미비를 들어 극진 가라데의 실전성에 의문을 갖는 일부 견해에 대해서도 극진회관 용산지부 김영대 관장(사진)은 조용히 고개를 젖는다. 격투기에 정답이란 없다. 오직 상황과 그를 둘러싼 룰이 존재하며 순간 순간마다의 최선의 선택이 존재하는 것이기에 어떤 무도가 최강이란 주장은 덧없는 것이다. 무에타이의 킥과 복싱의 펀치 콤비네이션이 K-1에서 절대적 힘을 과시하긴 하지만 이들 또한 글로브를 낀다는 점에서 ''절대적 실전''은 될 수 없다.
극진 가라데가 바라보는 실전은 오직 맨손으로 하는 승부. 그래서 ''공수''(空手)를 부르짖는다. 정권 지르기로 몸통을 부수고, 킥으로 상대의 안면을 날리는 것이야말로 극진 가라데가 바라보는 실전의 세계다. 물론 한 때는 낭심을 걷어차는 등 급소 공격이 난무했지만, 실전을 지향한다 해서 수련 중 맨손으로 상대의 안면을 가격하고, 눈을 찌를 순 없는 법. 실전의 모토는 지켜나가되 최소한의 안전을 기하고, 그 안에서 극한을 체험, 결국 육체의 피와 땀에 근거한 날것 그대로의 ''무도''(武道)에 이르는 것. 그리고 그 힘을 자신을 포함한 ''약자''를 위해 쓰는 것. 이것이 바로 김영대 관장이 바라보는 극진 가라데이다.
▲극진 가라데 어떻게 수련하나 = 여타 무술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몸풀기로 시작한다. ''발 끝에서 시작해 머리 끝에서 끝난다''는 말처럼 발가락 마디 돌리기부터 시작해 무릎관절부터 목과 어깨까지 사지를 골고루 풀어준다.
일단 몸이 풀리면 ''삼전서기''를 하고 다양한 막기 동작을 수련한다.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 자세에서 한 발을 비스듬하게 앞으로 내민 삼전서기는 오키나와의 뱃사람들에게서 유래됐다. 원래 가라데는 오키나와가 발원지다. 중국의 소림권이 오키나와로 전해져 독자적인 무술 양식으로 발전했고, 주로 어업에 종사했던 오키나와 사람들은 배 위에서 균형을 잡은 채 적과 공방할 수 있는 자세를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삼전서기다. 막기에는 상단막기와 바깥막기, 앞막기와 하단만기, 앞 막고 하단 막기 등이 있다. 얼핏 태권도의 막기 동작과 비슷하지만 차이점이라면 허리의 회전력을 보다 강하게 이용한다는 것. 실전에서는 이상의 동작들이 다양한 응용동작을 낳는다.
다음으로는 삼전서기를 유지한 채 지르기 동작을 시도한다. 뻗는 팔의 반대쪽 팔은 태권도와 달리 가슴 측면에 위치시킴으로써 바로 상대의 몸통과 머리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 이권앞면치기, 이권비장치기 등 하단과 중단, 상단을 고르게 가격하며, 이후에는 우슈와 태권도에서의 기마 자세를 취한 채 팔꿈치 공격을 반복한다. 팔꿈치 공격은 측면에서 정면으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 주먹 공격은 이 외에도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무릎을 편 상태에서 주먹을 뻗는 정권지르기가 있다.
가라데에도 스텝이 있다. 태권도처럼 보폭이 큰 경쾌한 스텝은 아니지만 후진과 전진, 사이드 등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 자신의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단, 최영의 총재는 살아 생전 스텝은 발바닥이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선호했다고 한다. 태권도·복싱의 스텝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스텝 훈련이 끝나면 발차기 수련으로 이어진다. ''발차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돌려차기는 태권도와 달리 발을 바로 올리기 보다는 허리를 약간 튼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켜 용수철을 튕기듯 차야 한다. 무에타이처럼 온 몸을 크게 회전시키진 않지만 수련을 통해 자세가 익숙해지면 상당한 파워에 이르게 된다. 일단 돌려차기가 상대의 관자놀이에 들어가면 대부분 KO에 이를 정도다. 취재 도중 기자는 직접 김영대 관장의 하단 돌려차기(로킥)를 맞아 봤다. 천천히 찼음에도 허벅지에 이내 멍이 들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돌려차기는 상단과 중단, 하단 등 다양한 부위를 가격하며, 이중 상대의 허벅지를 노리면 ''로킥''이 된다. 가라데는 로킥을 차는 방법 또한 여러 가지. 정강이로 허벅지를 때리거나 발등과 발날을 이용하여 상대의 무릎 관절을 걷어 올리는 식으로 가격한다. 대체로 발차기는 태권도의 것과 흡사한 외형을 갖는다. 들어찍기와 옆차기, 뒤돌려차기, 뒷차기, 무릎차기(니킥), 앞차기, 관절차기 등 화려함 보다는 스피드와 파워를 내세운 공격들이다.
주먹과 발차기 수련이 끝나면 각 급에 따른 ‘가타’(形, 태권도의 품새에 해당)을 수련하고 요일 별로 대련과 체력 단련 등의 코스를 갖는다. 대략 하루 수련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초등학생에게는 조금 버겁기도 하지만 중학생 이상이면 별 무리 없이 배울 수 있다.
▲정권지르기란 = 가라데의 핵심은 정권지르기다. 정권이란 힘주어 주먹을 쥐었을 때 튀어나오는 인지와 중지 부위 두 마디 뼈를 말한다. 즉, 너클 파트 중 일부분이다. 일반인들은 주먹을 지를 때 새끼 손가락 쪽의 세 마디가 상대와 닿지만 가라데 수련자들은 앞의 두 마디를 집중 수련하여 정확한 정권 공격을 실현시킨다. 정권 수련법은 송판에 새끼줄을 묶은 정권단련판(일본명 : 마키와라)을 때리거나, 정권을 쥔 상태로 팔굽혀펴기를 하는 식으로 행해진다. 팔굽혀 펴기는 펀치력의 원천지점인 광배근과 삼각근 등을 효과적으로 발달시킨다.
▲몸통 단련 = 기존 정통 가라데는 ''슨도메''라고 해서 상대의 몸 앞에서 공격을 멈춰야 했다. 이는 가라데는 ‘살상기’이기 때문에 수련 중 상대에게 직접 공격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하지만 극진 가라데는 실전을 부르짖으며 이를 타파했고, 이후 일본 격투기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따라서 극진 가라데 대련은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전차와 같은 양상으로 펼쳐진다. 선수들은 쉴 새 없이 상대의 몸통에 펀치를 퍼붓고, 다리로는 하이킥과 로킥을 찬다. "가라데 선수들은 몸통을 맞고 쓰러지는 적이 없다"는 말처럼 이들은 수련을 통해 몸통을 무쇠와 같이 단련시킨다. 수련 방법이란 노가드에서의 무차별 몸통 가격이다.
▲극진 가라데의 타점 = 극진 가라데의 펀치 공격은 복싱과 다르다. 복싱의 타격은 타격물의 표면에서 ''짧게 끊어 치는'' 식이지만 극진 가라데는 타격물의 표면에서 2cm 정도 뒤쪽에 타점을 잡고 가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복싱에 비해서는 밀어 치되, 그렇다고 마냥 밀어 치는 것이 아닌 밀어 치기와 끊어 치기의 중간에 해당한다. 발차기 또한 마찬가지. 그래서 극진 가라데의 공격은 ''푹'' 상대의 몸통을 깊숙이 파고들어 간다.
이 같은 극진 가라데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김영대 관장의 지론은 각 무술마다 장단점이 있고 그에 따라 각자 자신에게 맞는 무술이 다르다는 것이다. 저마다 어울리는 옷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이와 더불어 무술의 기원 또한 사실 의미가 없다. 어디에서 생겨났든 현재 얼마만큼의 발전을 이루었느냐에 따라 ''종주국''의 위치는 바뀌기 마련이다. 사실 인간의 투쟁 본능을 원초적인 것으로 인정한다면 무술은 인류 보편의 공통적인, 지극히 자연스런 동작의 종합물이다. 단, 서양에서는 포크와 칼을, 우리는 젓가락을 쓰듯 각 나라와 문화권마다 그 형만 조금씩 달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 또한 따지고 보면 오랜 시간에 걸친 문화교류의 소산이다. 그런데 기원 논쟁이라니 부질없다.
김영대 관장의 이 같은 열린 의식은 무술 외에도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그의 다양한 관심사가 낳은 결과인지도 모른다. 무술에 모든 것을 바치기 보다는 단순히 그것이 좋아서,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열정에 자꾸만 이끌려 지금처럼 ''돈벌이 안 되는'' 극진 가라데 체육관을 운영하고, 또 극진 가라데를 이루는 틀과 그 외부의 존재에 대해 자유롭게 사고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브라질 주짓수가 강력히 떠오르자 수련생들에게 적어도 트라이앵글 초크나 길로틴 초크가 무엇이며, 또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테이크 다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것이야말로 극진 가라데가 추구하는 실전성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복싱의 안면가격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극진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안면의 공격과 방어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오쓰’. 이 한 마디야말로 극진 가라데의 모든 것이라고 김영대 관장은 거듭 강조한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이창호 기자 tabulara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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