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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된장녀들이 볼만한 드라마"

입력 : 2006-08-22 17:43:00 수정 : 2006-08-22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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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화제작 ‘누나’를 집필하고 있는 김정수 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누나’는 된장녀들이나 젊은 여성, 혼기에 있는 남녀가 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그는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부잣집 시집가면 시집 잘 갔다고 말하는 게 요즘 세상인데 정말 그러할지는 의문”이라며 “배우자를 선택할 땐 자기가 좋아할 남자여야 한다. 조금 모자라면 온달과 평강 공주처럼 채워주면 되지 않는가? 그게 바로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MBC 측에서 배포한 인터뷰 자료 원문이다.

지난 8월 12일 첫방송된 MBC 주말 연속극 <누나>의 작가 김정수 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바빠서 따로 시간을 못 내줘서 미안하다며 먼저 말문을 트신다. 실제로 김정수 작가를 만나보지 못했지만 평상시 그녀의 작품에서 느꼈던 인간미가 느껴진다. 30분이 넘는 인터뷰 끝에 마지막 질문을 드릴 때도 “벌써요? 아쉽네요.”라는 말을 하는 작가 김정수! 전화를 끊고 나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려 받았더니 못다 한 말이 있다며 건우네 가족의 원형적 아름다움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을 덧붙인다. 진정으로 그녀가 <누나>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바가 무엇일까? 그녀와의 짧은 만남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식사는, 잠은, 건강은?

아시다시피(웃음) 식사는 내가 워낙 잘 먹어서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잘 챙겨 먹는다. 잠도 잘 잔다.

2. 김정수 작가는 따뜻한 가족애를 줄곧 그려내고 있는데 요즘은 파격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드라마가 대세적인 분위기인데 다른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어떠하나?

나는 드라마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드라마는 대중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재나 이야기 방법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드라마를 보는 기준은 완성도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드라마에 대해서 열려 있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3. 조소혜 작가는 시청률이 그렇게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하는데 중견작가인 김정수 작가 역시 그런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데.

예전에 난 시청률을 신경쓰는 작가였다. 그러나 이젠 시청률, 음..뻔뻔스럽게 들릴 수 있겠지만 ‘시청률까지 좋으면 더 좋지’ 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조소혜씨 - 사랑하는 나의 후배이기도 하다 - 는 시청률 압박이 사인이라고들 하는데 그건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누나>의 시청률이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들어갈 때 이미 짐작했던 바다. 시청률 안 나올 거라고 PD에게도 누누이 얘기했었다. 나를 좋아하는 후배들은 상대 프로그램을 의식하여 ‘가을에 하지’ 라고도 얘기했었다. 하지만 난 언제 들어가면 유리하겠다 언제 시작하면 시청률 잘 나오겠다 하는 계산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이건 작품 들어갈 때 원칙이다. 장삿속인 것 같아서 싫다. 어떤 처지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79년 데뷔하여 이제 30년 세월인데 칭찬을 들어도 크게 기뻐하지 않고 숫자(시청률)가 낮아도 절망하지 않는데 내 안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4. <엄마의 바다>와 유사 상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거의 복습이라 친숙하기도 하지만 작가적 상상력이 고갈된 것인가?

삐딱하게 보면 <엄마의 바다> 리메이크라 할 수 있다. <엄마의 바다>가 1994년 작품인데 그 당시 빈부 격차가 두드러지게 심했고 중년 가장이 실직을 하면서 한 가족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사건들이 여럿 발생했다. 그 때는 그걸 그리고 싶었다. 세월이 흘러 IMF를 겪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되었고 ‘돈’이 전면에 나온 상황이다. 심하게 얘기하면 ‘돈’이 최고인 상황이다. 음악도 그렇지 않은가 잘 팔리면 표절도 괜찮고,, 돈이 유일한 잣대가 돼버린 시대상을 그려내고 싶었다. 예전엔 그래도 돈을 부끄럽게 보는 세상이었는데 지금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지금 시점에서 정말 돈만이 최고일까요?를 묻고 싶다.
엄마의 바다가 IMF를 겪으면서 그레이드를 달리한 드라마? 영서가 조용하고 소극적인 인물이었다면 승주는 15년이 흘러 우리 사회에 맞게 달라진 인물이다. 혹자는 영서, 경서, 엄마를 합한 인물이 승주가 아니냐라고 얘기하는데 그럴 수도 있다. 그 때 그 가족은 우왕좌왕 물질적인 거에 휘둘렸는데 세월이 흘러 승주는 아버지 그늘을 벗어나 홀로 당당히 서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엄마의 바다>와 출발은 비슷하나 나중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건우네 가족을 통해 돈을 중시하지 않는 가족, 우리 나라 가족의 원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가족관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돈 몇 푼에 흔들리지 않고 인간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가족상을 보여주고 싶다.

5. 송윤아씨를 여주인공 ‘승주’로 캐스팅한 까닭은 뭔가?

송윤아씨를 탐내지 않는 작가가 어디 있는가? 김희애씨도 그렇고 만날 때마다 언제 한 번 일합시다 라고 얘기했었다. 정말 해 보고 싶었다. 조선 여자 같은 기개도 느껴지고... ‘승주’의 역할을 100% 소화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6. 아끼는 배우들이 따로 있는가?

<전원일기> 식구들. 친정붙이 같다. 같이 작품을 많이 하고 싶지만 <전원 일기> 이미지가 퇴색될까 염려된다.

7. 집필했던 작품중에 제일로 치는 걸 꼽으라면?

내 작품은 남들이 뭐라 해도 다 좋아한다. 그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건 <전원일기>다. 오랜 소망이고 꿈 같은 거다.

8. 특별히 이번 드라마를 봐줬으면 하는 시청자들이 있다면?

된장녀들(웃음) 젊은 여성, 혼기에 있는 남녀가 봤으면 한다.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부잣집 시집가면 시집 잘 갔다고 말하는 게 요즘 세상인데 정말 그러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좋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가장 시집 잘 간 것이다. 함께 앞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내게도 딸이 있지만 혼기가 되어 내노라 하는 집안에서 혼사 얘기가 오가지만 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런 자리는 싫다. 그 집안 나사못이 돼서 비위 맞추고,, 어휴,, 배우자를 선택할 땐 자기가 좋아할 남자. 조금 모자라면 온달과 평강 공주처럼 채워주면 되지 않는가? 그게 바로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이다. 돈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결혼했다가 실패하는 많은 사례를 보지 않았던가?

9.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된장녀’에 대한 김정수 작가의 생각은?

된장녀들.. 그녀들은 자라서 좋은 엄마, 휼륭한 아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된장녀’라는 개념은 사회 환경이 만들어낸 것이다. 된장처럼,, 숙성되면 구수한 맛이 나오듯이 분명 좋은 엄마, 훌륭한 아내가 될 것이다.

10. 작품마다 비슷한 여성 캐릭터, 진부하다는 일부 평가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전원일기>의 큰며느리를 빼고 내 드라마속 여자들은 남자에 종속돼서 끌려가거나 남자에게 밥 빌어먹는 존재들은 아니었다. <한강수타령>의 엄마가 그렇고 <그대 그리고 나>의 수경이 그렇고,,꽃을 그리는 사람은 꽃을 그리되 똑같은 꽃을 그리지는 않는다. 음악도 변주가 있듯이,, 추구하는 테마가 같을 뿐이다. 물방울 화가 김창렬 화백은 물방울만 그리는데 그 물방울이 똑같은 물방울인가? 그런 맥락에서 이해를 하면 될 듯싶다.

11. 딸이 있는지, 딸이 있다면 그 딸이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라는지.

내 딸은 정말이지 씩씩하게 산다. 대학원에서 식음료를 전공했지만 지금 장사를 한다. 작은 차, 마티즈 타고 다니면서(지금은 돈 좀 벌어서 약간 큰 차로 바꿨지만) 다리가 퉁퉁 붓도록 열심히 일한다. 팔에 근육이 다 생겼으니.. 집안이 전부 선생 집안이라 처음엔 참 신기했는데.. 많이 칭찬해 준다. 항상 난 그렇게 얘기해 준다. 네가 자유로워지려면 네 입에 들어오는 밥은 스스로 벌어서 먹어야 한다고,, 그래야 네 영혼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12. 김정수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드라마는?

볼 때도 좋지만 보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을 때 생각나는 드라마

13.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열심히 봐 주세요(웃음) 그 시간에 그걸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온라인 상의 다시 보기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 많이 많이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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