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투명한 블루, 에메랄드 색 눈동자를 지닌 사람들이 매력적이라는 소리를 듣고 동양에서는 선명한 까만 눈동자를 좋아한다. 종종 배우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표현할 때, 컬러렌즈를 착용하는 것은 눈동자 색으로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이 다르듯 인종에 따라 눈동자 색깔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은 까맣고 서양인은 푸르다고 말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도 틀린 말이다. 검은 눈동자는 흑인과 멜라네시아인에 많고 동양 사람들은 대부분 갈색이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인도인·말레이인은 연한 갈색에서 황색 눈동자가 많다. 또 흑인과 몽골인종은 색조의 개인차가 매우 적지만 유럽인은 녹색에서 황갈색까지 머리칼의 색상이 다양한 것 이상으로 눈동자의 색도 다양하다.
눈동자의 색은 피부색과 마찬가지로 멜라닌 색소에 의해 결정된다. 홍채에 멜라닌 색소가 많으면 검정 혹은 갈색 눈이 되고 적으면 청색이나 녹색 눈을 갖게 된다. 눈동자 색이 빨간 경우는 눈에 멜라닌 색소가 없는 것으로 유전질환의 일종이다. ‘오드 아이’라고 불리는 유전질환은 양쪽 눈동자의 색이 서로 다른 것으로 발병률은 매우 드물다.
이론적으로 홍채의 색이 녹색이나 회색인 경우 색소가 적기 때문에 자외선에 약하다고 본다. 따라서 자외선의 영향이 크다고 알려진 백내장 발병률이 유럽인에게 높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실제로는 동양인의 발병률이 더 높은 편이다. 이는 선글라스 착용 등 눈을 보호하기 위한 습관이 일상화한 문화 때문이거나, 멜라닌 색소의 양과 자외선의 관계가 백내장의 유병률을 바꿀 만큼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홍채는 또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보안인증시스템에도 활용된다. 사람의 홍채는 생후 18개월쯤 완성돼 평생 변하지 않는다. 지문보다 많은 고유한 패턴을 가지고 있고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해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홍채인식 시스템은 지문이나 망막인식기술보다 한 단계 진보한 생체인식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중요한 지역의 출입통제, 컴퓨터보안 분야, 전자상거래 인증 등 다양한 범위에서 적용되고 있다.
라식 수술 분야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홍채 패턴을 측정하여 수술을 한다. 웨이브프론트 등 최신의 라식 기계들은 홍채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어 수술 중에 눈동자가 움직이더라도 위치를 추적하면서 정확한 지점에 레이저를 조사한다. 이로 인해 보다 정밀한 시술을 할 수 있어 오차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눈동자의 색은 타고나는 것이다. 하지만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동자의 시작은 그 사람의 심성에서부터 출발한다. 건강한 눈빛을 갖길 원한다면 우선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동호 빛사랑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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