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바지 입은 아이들 |
미국의 풍습은 참 이상한 것도 많다. 그 중 하나로 오늘은 잠옷을 입고 학교에 오는 '파자마의 날(Pajama day)'이다. 특별히 정해진 날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학교마다 임의로 날짜를 정한다.
근 5년 간 미국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매달 특별한 이벤트가 꼭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은 매달 이벤트에 맞는 옷들을 입고 학교에 온다. 예를 들어 발렌 타인(Valentine Day)에는 핑크색을, 성 패트릭데이(St.Patrick.s Day; 성 패트릭을 기념하는 아일랜드인들의 전통 축제의날)에는 초록색을, 할로윈(Halloween)에는 호박 색깔을 입는다. 오늘은 잠옷을 입고 오는 ‘파자마 데이’이니 각종 색깔의 잠옷 바지들이 복도를 메운다.
다른 이벤트는 다 볼만한데 이 잠옷 입는 날만큼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다행히 하의만 잠옷을 입고 상의는 다른 옷들을 많이 걸쳤다. 이젠 오늘이 지나면 아이들은 산타 색깔인 빨간색이나 여러 가지 크리스마tm 그림이 그려진 멋진 쉐타를 입고 다닐 것이다. 한국에 이런 문화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어떻게 했을까….
처음 학교에 왔을 때는 이런 미국의 문화를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복도의 아이들이 잠옷 바지에 털 슬리퍼를 신고 즐비하게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 참 민망하기 이를 데 없더니 세월이 약인지 약이 세월인지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적응이 되어 가는 듯하다.
여기는 내 나라 내 민족들만 있는 땅도 아니고 수많은 문화가 어울려 지내는 나라 아닌가. ‘미친 머리카락의 날(Crazy Hair Day)’이라고 머리에 요상한 것을 꽂고 ‘미친 사람처럼 머리’ 하는 날도 있다. 그날은 하루 종일 머리카락이 하늘로 뻗친 아이에 각종 칼라로 염색을 한 아이, 눈에 띄게 하려고 머리카락에 별별 핀을 다 꽂은 아이 등 정신이 없다. 다 볼만하다. 재미있는 것도 많다. 그러나 나는 아직 잠옷을 입는 날 만큼은 지금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한국 아이들은 아직 따라 하지 않는 것이 신통하다. 다른 문화는 재미로 많이 따라 하는데 가끔가다 같은 직장에서 하는 경우는 봤어도 아직 학교에서 잠옷 입는 날이 있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외출복을 입고 그 위에 재미로 잠옷 바지를 입은 아이들은 그래도 보기에 좀 낫다. 완전히 잠옷만 입은 아이들은 아마 오늘 같은 엄동설한에 차 타기 전까지 밖에 있으려면 고생 꽤나 할 것이다.
매달마다 벌어지는 이 특별한 이벤트에 아이들은 웃음과 재미로 하루를 보낸다. 도대체 잠옷 입는 문화는 언제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독자님들 중에 누가 아시는 분이 설명하시리라 믿으며 오늘은 파자마 데이를 투정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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