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의 첫 느낌은 상쾌하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세련된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바닷가 도로를 따라 지중해 연안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흰색 아파트들이 줄을 잇는다. 중국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대만과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푸젠성의 섬 샤먼은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의 5대 경제특구 중 하나. “샤먼에서 부를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사는 도시다. 길에는 자전거가 거의 없고 벤츠나 포르셰 등 고급 승용차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송·원나라 시절 무역항으로 영국과 네덜란드, 동남아와 교역이 활발해 서구에서는 ‘아모이(Amoy)’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계절 꽃이 피고 경치가 아름다워 자허다오라고도 불리는 샤먼의 매력에 빠져 보자.
# 꽃과 음악의 섬, 구랑위
샤먼에서 반드시 봐야 할 곳이 구랑위다. 구랑위는 웅장하고 규모가 큰 볼거리가 많은 중국에서 흔치 않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관광지. 우리나라 외도처럼 ‘잘 꾸며진 섬’이다.
구랑위는 샤먼 섬과 루강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배로 5분 정도 걸린다. 작은 섬이지만 구경할 곳이 많다. 배에서 내리면 잘 가꿔진 꽃밭이 관광객을 반긴다. 선착장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해저세계는 한국의 아쿠아리움과 같은 곳으로 희귀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으며 돌고래 공연도 열린다. 늘어선 상점가를 지나 섬 반대편으로 올라가다 보면 수좡화원이 나온다. 대만의 한 부자가 옛 집을 그리워하며 만든 별장이다. 18∼19세기에 만들어진 피아노 100여대가 소장된 피아노 박물관이 화원 안에 있다. 현재와 다른 모습의 골동품 피아노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좡화원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구랑위와 샤먼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인다는 일광암에 오를 수 있다.
# 양대 관광지인 난푸퉈사
난푸퉈사는 당나라 때 지어진 절로, 구랑위와 함께 샤먼의 양대 관광지다. 저장성 푸퉈사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난푸퉈사로 불린다. 5m에 달하는 바위에 새겨진 거대한 ‘불(佛)’자가 유명하다.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 수 있는 연못도 있어 많은 관광객이 동전을 던지고 합장을 하고 있다. 나지막한 오로봉을 뒤에 끼고 있어 절을 구경한 후 산책 삼아 올라 시내 전망을 보는 것도 좋다. 난푸퉈사에서 샤먼대학은 도보로 5분거리. 이 쇼핑 거리에서 샤먼 대학생들의 삶을 엿보는 것도 즐겁다.
# 환도로를 거쳐 후리산포대로
후리산포대, 환도로, 완스산식물원, 화교박물관 등도 볼거리다. 특히 해안을 따라 만든 환도로는 훌륭한 드라이브 코스. 야자수가 줄지어 열대 해변 분위기가 물씬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만의 진먼다오를 볼 수 있다. 후리산포대는 청나라 때 서양 열강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포대. 거대한 대포들이 줄을 짓고 있지만, 지금은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대로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덩샤오핑이 심은 나무가 있는 완스산식물원과 세계 화교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화교 박물관은 중국 관광객에게는 인기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비교적 감흥이 덜한 곳이다.
# 샤먼에서는 차를
샤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 차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욕심낼 만한 유명한 차 ‘철관음’이다. 철관음은 반발효차인 우롱차의 일종으로 푸젠성이 원산지다. 철관음 중에서 안시(安溪) 철관음이 가장 유명하고 최고로 인정받는데, 안시는 샤먼에서 매우 가까운 만큼 샤먼에서 고급 철관음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철관음은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 바다가 보이는 골프장
샤먼은 중국 내에서 물가가 비싼 편이지만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사계절 내내 따뜻해 샤먼을 찾는 한국인의 80% 이상은 골프를 즐기기 위해 온다. 샤먼에는 골프장이 네 곳 있다. 그렉 노먼이 설계한 카이커우골프장, 공항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둥팡골프장, 대만에서 투자한 난타이우골프장,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촨저우(코스코)골프장은 모두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한국과 일본의 골퍼들이 추위를 피해 몰려드는 12∼2월은 최고 성수기로, 예약도 쉽지 않고 사람이 너무 많아 급하게 쳐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3∼4월이나 10∼11월에 샤먼을 찾으면 가장 쾌적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조언이다.
샤먼=글·사진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여행 정보
인천에서 샤먼행 직항이 주 6회 있다. 수·금·일은 샤먼항공이, 화·목·토는 대한항공이 운항한다. 공항에서 시내인 중산로까지 15∼20분이면 도착하고, 대부분의 관광 코스가 시내 주변에 모여 있어 저렴한 택시비로 이동할 수 있다. 샤먼으로 가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은 골프여행이나 구이린, 장자제 등 유명 관광지와 연계한 패키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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